[뉴스핌=이수호 기자] 주류업계의 신화로 꼽히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돌연 등기이사직을 사임해 눈길을 끈다.
박 회장은 조선맥주 시절 단숨에 맥주시장 1위로 성장하고 나아가 소주업계 1위 기업인 진로까지 주도적으로 인수한 맥주업계의 신화같은 인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이트진로의 지분 58.16%를 보유한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30.30%(2월26일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 21일 열린 하이트진로 주주총회에서 박 회장은 일신상의 이유를 들며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했다. 같은 날 열린 하이트진로홀딩스 주총에서도 대표이사 자리를 물러난다는 뜻을 밝혔다.
박 회장이 하이트진로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것은 14년만이다. 그는 1991년 하이트진로의 전신 조선맥주의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한번도 이사회에서 빠지지 않았다.
때문에 예고 없는 이번 사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갖가지 추측이 나오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주요 대기업 오너의 등기이사 사임 분위기와 연관짓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근에는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등기이사에서 사임했고 이에 앞서 담철곤 오리온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등기이사 연봉공개가 시행되면서 부담되는 측면이 없진 않았을 것"이라며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이런 상황 때문에 많은 기업 오너들이 등기이사직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3세 경영체제로 가기위한 포석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회장의 장남 박태영 하이트진로 전무가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서 본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것.
하이트진로 측은 이같은 견해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3세경영이나 등기이사 연봉공개 및 최근 오너들의 경영일선 후퇴와는 이번 사퇴와 연관성이 떨어진다"며 "신사업 구상을 위해 물러나셨다고 보는 것이 옳은 해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이번 사퇴는 당분간 업계의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롯데그룹, 신세계그룹의 맥주사업 진출과 함께 숙적인 오비맥주와의 뜨거운 경쟁이 예고되어있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