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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장단 가지고 노는 자유(自由)의 춤꾼 임수정

기사입력 : 2014년03월31일 14:16

최종수정 : 2014년03월31일 14:16

 

풍류 악(樂)자가 있다. 파자(破字)해 보면 사(絲)와 백(白), 목(木)으로 돼 있다. 사(絲)는 옷을 뜻한다. 즉 의(衣)다. 백(白)은 쌀이다. 즉 식(食)이다. 목(木)은 집이다. 즉 주(住)다. 이를 종합해서 말한다면 ‘삶(衣食住)이라는 것은 즐기고 또 즐기는 것이다’로 풀어 볼 수 있겠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이 있다. 신(身)은 몸의 생김새가 보기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언(言)은 말속에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言)을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하면 내 철학을 스스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반면 어(語)는 묻는 말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논어(論語)라는 뜻이 ‘공자가 제자들의 질문에 결론부터 답하고 그 결론을 풀어 가는 식으로 구성 돼 있기 때문에 논어(論語)라고 한 것이다. 서(書)는 생각을 글로 잘 표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판(判)은 사리분별이 정확하다는 것이다. 옛날부터 신언서판(身言書判)이 두루 서 있는 사람을 동량(棟樑)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춤꾼 임수정 경상대 민속무용학과 교수를 인터뷰하기 위해 인사동 가던 날은 봄비가 아치랑 아치랑 내렸다. 수회에 걸쳐 임 교수의 춤을 보았다. 몸 안에 가득 찬 춤을 누에가 명주실 뽑듯 한 올 한 올 뽑아 낼 때 저절로 탄식과 박수가 나왔었다. 예술인과 관객의 만남에서 자연인 대(對) 자연인의 만남은 어떨 것인가? 하는 설렘과 긴장감이 서렸다. 그리고는 인터뷰를 마치고 조선성악연구회가 있었던 익선동 153번지 골목길을 돌아들며 인터뷰 내용을 반추해 보니 ‘그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이 두루 서 있었고, 악(樂)이 생활화 돼 있는, 말 그대로의 명인명무였다.

임수정 교수의 이력은 화려하다. 국립경상대학교 민속무용학과 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 박병천류 전통춤보존회장, 한국전통춤예술원 대표, 한국전통춤협회 이사, 한국무용사학회 부회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통예술분야 심의위원, 한국연구재단 문화융합복합단 전문위원, 제15회 한밭전국국악대회 명무부 대통령상 수상 등이다. 1994년부터 매년 수회에 걸친 해외 공연을 통해 대한민국의 역사성과 문화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다. 예술과 학식을 두루 겸비한 명무라는 말이 제대로 어울리는 국가대표 춤꾼이다.

따끈한 대추차가 찻상 위에 놓였다. 한 모금 삼키자마자 대뜸 질문을 던졌다. “무용과 춤이 어떻게 다릅니까?”

“무용(舞踊)은 우리민족이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용어인 '춤'을 한자로 표기한 것입니다. 무용(舞踊)의 무(舞)는 춤의 손동작을 의미하고 용(踊)은 발동작을 뜻합니다. 그런데 ‘무용(舞踊)’하면 왠지 가공된 느낌을 받습니다. 대신 ‘춤’하면 흥에 겨워 신명에 겨워 저절로 춤이 나올 것 같은 전통적인 용어라 저는 개인적으로 무용(舞踊)보다는 춤이라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

전통 예인들은 말합니다. 춤은 저절로 추어지는 것이라고. 저는 이 말에 공감합니다. 저절로 추어지는 춤은 무아의 경지에 이릅니다. 저절로 추어지는 춤의 세계는 기교를 생략합니다. 인공적인 것은 덜어냅니다. 내면의 세계를 중시합니다. 저절로 추어지는 춤의 세계가 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장단을 알아야 아니 아는 정도가 아니라 장단이 몸속에서 꿈틀 꿈틀대야 춤이 저절로 추어집니다. 꿈틀대는 장단을 올라타고 춤사위에 강유(强柔)를 넣어 주어야 춤이 흘러갑니다. 더 쉽게 말하면 장단을 가지고 놀면서 맺고 풀고 어르는 호흡의 기운을 운용하며 춤사위를 표출할 때 전통춤을 제대로 출 수 있습니다. 장단과 함께 노니는 것, 그게 춤인 것입니다.

요즘 대학에서 가르치는 춤 교육은 음악 따로 춤 따로 입니다. 지금 귀에 들리는 장단이 ‘굿거리다, 동살풀이다, 자진굿거리다’ 임을 알고 그 장단에 호흡을 맞춰 흘러가야 하는데 그렇게 알고 추는 학생이 드뭅니다. 우리 국악은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며 발효(醱酵)한 공력의 음악입니다. 춤도 역시 발효(醱酵)되어 표현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옛 예인들은 무겁게 곰삭혀서 춤을 추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악가무가 함께 삭히고 융합돼야 춤다운 춤사위가 나옵니다. 악기 특성도 모르면서 춤 순서를 외우고 암기하여 기계처럼 나오는 손동작 발동작은 춤이 아닌 것입니다. 전통춤 학습방법이 되살아나야 합니다. 전통을 철저하게 학습한 연후에 창작이 나와야 합니다. 맥도 없고, 뿌리도 없이 창작을 시도해서는 안 됩니다. 장단치고 구음하며 춤을 추는 전통적인 학습 방법만이 진정한 명인명무를 만듭니다.”

차가 식었다. 주인에게 따뜻한 찻물을 추가 주문했다. 임 교수의 얼굴에 차향이 스치었다. 신(身)과 언(言)을 분명한 색깔로 들어내고 있었다. 요조(窈窕)하게 아름다운 용모와 말에서는 확실한 철학이 배어났다. 또 질문했다. “임 교수님 하면〈진도 북춤〉이라고 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진도 북춤을 만드신 故 박병천 선생님과는 어떤 인연입니까?”

“저는 세분의 선생님으로부터 우리 전통춤을 사사(師事)받았습니다. 박병천, 이매방, 김수악 선생님들이 그 분들입니다. 전통춤의 정상에 계신 분들로부터 교육을 받는 행운을 안았습니다.

먼저 박병천 선생님은 1991년 잠실 연구소에서 처음 뵈었습니다. 박병천 선생님을 뵙는 순간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무궁무진한 우리 장단의 세계를 보았던 것입니다. 굿거리장단 만해도 수 십 가지였습니다. 선생님께 장단학습을 할 때면 장단 덩어리가 내 몸을 감싸고 사방으로 굴러다니며 원과 태극선을 그렸습니다. 부처님의 모습이 그 때 그 때 마다 다른 모습으로 화현(化現)되듯이 우리 장단이 변화했습니다. 박병천 선생님은 발바닥부터 머리끝까지 장단이 차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래야 춤이 풍성해 진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장단학습과 진도북춤, 지전춤, 굿거리춤 등을 배웠습니다. 한마디로 박병천 선생님으로부터는 악가무가 함께 어우러지는 ‘전통춤의 큰 틀’을 배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이매방 선생님입니다. 이매방 선생님에게서는 춤의 정교함을 배웠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춤인 승무와 살풀이춤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전통춤을 배우며 정교한 발 디딤새와 호흡법, 정중동의 움직임, 매서운 춤 매무새 등 철저한 춤꾼으로서의 예인정신을 배웠습니다. 이매방 선생님 역시 춤의 장단을 알고 대삼, 소삼을 춤동작에 정확히 표현해야 하며 음과 양의 대비적 표현을 춤에 녹여내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김수악 선생님께는 자유(自由)로움을 배웠습니다. 순서에 얽매이지 않는 춤의 세계를 배웠습니다. 김수악류 교방굿거리춤를 배우면서 장단과 음악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춤꾼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자유자재한 세상을 만났습니다. 김수악 선생님의 등이 약간 굽어지셨는데 춤을 추시는 동안에는 이 굽은 등 자체가 춤사위가 됩니다. 무아의 상태에서 표현되는 해탈의 경지인 것이지요.

또한 춤꾼은 춤의 정교함을 바탕으로 인문학을 알아야 춤꾼이 말하고자하는 춤 사상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춤사위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야 춤이 살아서 꿈틀댑니다. 그야말로 기운생동(氣運生動)한 춤이 나오는 것입니다.

창밖엔 봄비가 오락가락했다. 화로에 다기가 올려졌다. 따뜻한 기운이 번졌다. 인터뷰를 잠시 접고 삶의 이야기를 나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꼬박 꼬박 수첩에 적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했다. 임 교수의 서(書)와 판(判)은 추사 김정희의 해서(楷書)처럼 날카롭되, 추사의 마지막 작품인 봉은사 ‘판전(版殿)’ 글씨처럼 자애로웠다. 판전(版殿) 글씨 끝에 마지막 질문을 매달아 던졌다. “국악의 대중화가 제대로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정부에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의 날로 지정해서 국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잘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의 예술성이 위대한데도 우리 것을 먼저 찾기 전에 서양 것부터 찾아서 무대에 올리려고 하는 일부 공공기관의 행정문화는 아쉬운 대목입니다.

우리의 전통 예인들은 사회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도, 배고픔을 감내하면서까지 우리 것을 지켜왔습니다. 그러했기에 지금의 한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인들이 우리 음악을 척 들어보고는 ‘아! 저것은 대한민국 음악이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악을 좀 더 쉽게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저자거리에서 장단과 가락이 다소 틀리고 시김새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도, 나무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려해주어야 합니다. 친숙한 음악으로, 몸짓으로 자리 잡고 국악 교육의 학습방법들이 체계화되면 국악의 대중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춤이 저를 춤추게 합니다. 춤을 추면 붕붕 뜨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춤을 생각합니다. 걸어가면서도 장단에 맞춰 춤사위를 만들어 봅니다. 제 몸속에 장단과 음악이 그득하여 음악 없이도 춤이 추어지는 춤꾼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운생동(氣運生動)한 전통춤의 세계를 일반 관객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각자가 제 몫을 다할 때 국악의 대중화는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 올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찻집을 나오니 봄비가 그쳐 있었다. 임 교수의 환한 미소 너머로 나라의 혼이 담긴 우리 소리, 우리 춤, 우리 악기, 장단과 가락이 이 봄날 꽃들이 벙글 듯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장단 먼저 보내놓고 여유 있게 또각또각 걸어가는 그의 뒤태는 여지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춤꾼이었다.

변상문 전통문화연구소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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