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익 여신 평가 기준 등 잣대 느슨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 은행권은 연말까지 연이은 자산건전성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구조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평가되는 124개 은행을 대상으로 위기 시 생존력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테스트의 구체적인 항목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본자기자본비율 8% 및 위기 시 비율 5.5%를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판단이다.
(사진:AP/뉴시스) |
테스트를 앞두고 은행권이 바짝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5개 은행을 대상으로 시행한 스트레스테스트에 비해서는 강도가 훨씬 떨어질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ECB로부터 적격 판정을 받는다 하더라도 자산건전성을 온전하게 신뢰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투자회사 에코핀의 대니얼 라케일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자산건전성 평가에 대해 금융권이 벌써 떠들썩하지만 미국의 스트레스테스트에 비해 기준이 느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ECEB가 제시한 핵심 자본의 개념부터 미국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 은행권에 미국의 스트레스테스트를 적용할 경우 합격점을 받는 은행이 전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BC에 따르면 유럽 은행은 이번 테스트에 통과하기 위해 지난해 800억유로(1100억달러)에 가까운 자본을 확충했다. 이어 올해 600억유로를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연법인세 충당금을 자산에 포함하도록 허용하는 등 ECB의 평가 강도가 미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수익여신의 기준도 미국만큼 엄격하지 못하고, 그리스를 포함한 주변국의 국채를 핵심 자산으로 분류하는 등 테스트 자체에 빈틈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미국과 달리 유럽 은행권은 자산 가치를 산정하는 데 시가평가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위기가 발생할 때 자산 가치가 장부에 기록된 것보다 크게 떨어질 위험이 크다.
RBS의 알베르토 갈로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은행권의 자산건전성 평가에 대해 크게 신뢰하기 어렵다”며 “그나마도 구체적인 평가 항목과 기준이 온전하게 공개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불필요한 루머만 난무하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