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소버린캐리'로 대출없이 수익률만 챙겨
[뉴스핌=노종빈 기자] 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로존 은행들의 국채 보유 비중이 계속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잠재적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유로존 은행권은 지난 2012년 초부터 거의 매달 국채 보유량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유럽 은행들, 자국 국채 계속 사들여
유럽 은행들의 국채 보유물량 증가 원인은 은행들이 자국 국채를 계속 사들였기 때문이다.
유럽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은행들의 국채보유 비중은 지난 2012년 초 4.3%에서 올해 2월 전체 자산의 5.8%까지 비중이 증가했다.
특히 유로존 주변국들의 경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2012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탈리아와 스페인 은행권의 국채 보유 비중은 각각 6.8%에서 10.2%, 6.3%에서 9.5%로 급증했다.
또한 같은 기간 포르투갈 은행권의 경우 4.6%에서 7.4%, 슬로베니아 은행권은 9.3%에서 13.9%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금융권과 정부 간의 결탁이 반드시 주변국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우 은행권의 자국 국채보유 비중이 지난 2년 동안 3.5%에서 4.6%로 증가한 반면, 프랑스은행들은 3.4%에서 3.5%로 소폭 늘었다.
유로존 18개국 소개 슬라이드 <출처:유럽중앙은행> |
전문가들은 은행의 자국 국채 보유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며 예컨대 국가 신용등급 하락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시장에 큰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에바 올슨 미쓰비시UFJ증권 채권전략담당은 "과거 '대마불사' 신화의 문제점이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어느 정도 증가하고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부 은행들의 경우 자산건전성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하는 데 실패한다면 유로존 국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금융당국자들 역시 은행들의 자국국채 보유에 대해 신용등급 강등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불안에 취약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반복적으로 재정상황이 취약한 국가들의 국채 관련 규제를 강화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 유럽 은행들 대출 않고 '돈놀이'
현재 바젤 II 금융안정성 위원회 규제방안에는 각국 금융당국이 국채보유에 대해서는 리스크가 없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은행들이 자국 국채를 많이 보유한다고 해서 이를 충당하기 위한 추가자본을 보유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대출은 하지 않고 국채투자로 돈놀이를 해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1년과 2012년 사이 ECB는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전체 1조유로의 자금을 공급한 바 있다. 이 때 대부분의 유럽 은행들은 금리가 싼 ECB 대출을 받아 자국 정부가 발행한 고수익 국채를 사들였다.
예컨대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의 은행들은 ECB에게서 1% 금리로 대출해 자국 국채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ECB가 원했던 것처럼 은행들은 기업들에게 대출을 늘려 경기를 회복시키는데 쓰지 않고 국채 수익률 하락에 따른 차익 챙기기에만 바빴다. 이른바 '소버린캐리' 트레이드로 투자수익만 챙긴 것이다.
ECB는 향후 유로존 금융권에 제공하는 자금에는 이 같은 캐리 트레이드에 자금을 사용하지 않도록 철저히 방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