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도 관련법 통과 주문...여당조차 관망
[뉴스핌=고종민 기자] 여야가 세월호 구조 등과 관련된 정부부처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를 올스톱시켰다. 정부가 구조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이유에서다.
안전행정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 등 상임위의 여야 간사는 잠정적으로 모든 법안소위 및 전체회의 일정을 보류시켰다.
취지는 좋다. 현재로선 수색 작업과 실종자 및 희생자 가족 지원에 최선을 다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국회에 불려다니느라 할 일을 못해선 안된다.
문제는 국회의 역할이다. 국회는 국민을 위한·국민에 의한·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에 힘입어 국민의 안전을 강화하는 법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이 같은 논의는 정부의 참여를 최소화(법안 핵심 실무자 참여 수준)하고 여야 국회의원이 주도하면 된다.
일례로 세월호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안전상 문제 중 하나가 '구명 뗏목' 점검 및 작동여부였다.
해양수산부의 선박구명설비기준 '고시 64조'에 따르면 국제선인 1종선에는 배의 좌·우현에 최대 승선인원의 75%를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구명정과 25%를 수용할 수 있는 구명뗏목을 갖추도록 규정됐다.
반면 '고시 75조'는 국내선인 2종선에는 최대승선인원을 수용하는데 충분한 구명정 또는 구명뗏목을 비치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2종선인 세월호는 이 가운데 가격이 저렴한 구명뗏목만을 설치했다. 사고 당시에는 '구명뗏목' 46개 중 1개만 제대로 작동했다. 현행법에 비춰 문제는 되지 않지만 제조된 지 20년을 넘긴 세월호가 사설기관의 점검으로만 구명정 오작동 여부를 검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독소 조항이 이번 사고의 화를 키운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같은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2종선도 구명정 의무 탑재 등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정비 규정도 강제하고 엄격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도 선박안전법에 대한 총체적인 손질을 급선무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본질을 잃고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에 계류중인 재난안전관리기법법 개정안과 선박안전 관련 법안 등의 신속한 처리를 부탁했다. 하지만 상황을 주도해야할 집권 여당 조차 바짝 엎드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법안들은 대부분 사고 관련 상임위에서 다뤄야한다. 지금 국회의 역할은 상임위를 열고 정부의 신속한 대책을 촉구하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법안과 감시를 강화해야 하는 게 아닐까.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