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한국전력공사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세운 송전탑을 철거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과거 사용료는 신속히 지급하되 기존 설비는 철거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이인규 부장판사)는 고모씨가 한전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송전탑과 고압 송전선을 철거하고 고씨에게 128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한전측 5일 보도자료를 내고 "과거에는 토지활용에 대해 토지 소유자들로부터 사용동의만 받고 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보상을 했더라도 등기상 법적인 권원이 확보되지 않은 송전탑이 일부 있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법적 권원이 확보되지 않은 송전선로에 대해 적법한 권원을 확보하는 사업을 2005년도부터 10년째 추진해 오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번 철거 판결이 난 송전선로에 대해서도 "1978년도 건설된 선로로 작년 9월 정부로부터 권원확보 사업에 대한 계획을 승인받아 토지 소유자와 보상협의를 진행 중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판결 중 과거사용료 등은 신속히 지급할 것"이라며 "다만 이번 설비가 국민 모두를 위한 공익 설비라는 점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용권원을 확보하고 이번 설비가 철거되지 않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은 고씨가 지난 2009~2012년 충남 아산시 도고면 소재 임야와 밭 소유권을 취득했으나 해당 토지 위로 한전의 154㎸짜리 송전선이 지나고 있어 이를 철거하라고 소송을 낸 건이다. 이에 한전측이 송전탑의 공익적 기능, 막대한 철거 비용 등을 내세웠지만 법원이 결국 고씨의 손을 들어준 것.
재판부는 이같은 판결의 근거로 "송전탑이 아산시와 예산군에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핵심 시설이지만 송전탑이 고씨의 토지 소유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음이 명백하다"며 "한전이 법령상 규정된 사용권 취득 절차 없이 송전탑을 설치했고 오랜 기간 보상과 배상을 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한전이 송전탑을 철거할 뿐 아니라 토지 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도 고씨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아무리 공익을 위한 시설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권리행사를 불법적으로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한편 밀양 송전탑 건설과 관련해 한전측은 "송전선로 편입토지에 대해 사전에 적법한 사용권원을 취득해 이번 판결과는 관련이 없다. 향후 권원이 확보되지 않은 모든 송전탑에 대해 관련법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에 따라 순차적으로 보상을 완료하고 법적 권원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