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이 취임 1년을 맞으면서 홈플러스와 모기업을 둘러싼 미묘한 관계가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모기업인 영국의 테스코가 위기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계열사인 홈플러스와의 관계가 변하기 시작한 탓이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테스코의 이름을 달지 않고 영업하는 전세계 유일한 계열사였던 만큼 이 변화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도 '우려반 불안반'이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국내에서 독특한 기업으로 꼽혀왔다. 영국 테스코의 계열사임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기업이 아닌 국내 기업으로 인식됐다.
여기에는 홈플러스가 삼성그룹와 테스코의 합작사에서 시작했다는 점이나 한때 삼성그룹의 지분이 있었다는 점 등의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것은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었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사진=김학선 기자> |
특히 돋보인 것은 배당 문제였다. 테스코는 다른 외국계 기업과 달리 홈플러스로부터 배당금을 거의 받지 않았다. 홈플러스가 연간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과정에서도 2011년 배당금 47억원을 배당 받았을 뿐, 2012년에는 아예 배당을 받지 않았다.
문제는 그런 홈플러스와 테스코의 관계가 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계기는 테스코의 실적 악화였다. 글로벌 경기악화와 경쟁 심화로 인해 유럽 지역에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고 심지어 지난해에는 아예 미국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기까지 했다.
같은 기간 이 회장은 홈플러스 CEO에서 물러나고 도 사장이 후임으로 선임됐다. 기존 이 회장의 테스코와 홈플러스 사이 가교 역할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적지 않은 변화였다. 도 사장의 역할과 그가 짊어진 과제가 가벼울 수 없는 이유다.
실제 도 사장 체제에서 홈플러스와 테스코의 관계는 급격하게 변해왔다는 평가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홈플러스가 테스코로부터 차입한 부채를 해소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부터 경기 부천상동과 경기 수원영통, 인천 작전, 대구 칠곡 등에 있는 4개 매장을 6300억원에 매각하고 나섰다. 이들 점포는 홈플러스 매출 상위 점포들이다. 이 외에도 신선물류센터, 공산품물류센터 등도 모두 지난해 매각됐다.
이 자산 매각은 테스코로부터의 차입금을 갚기 위한 것이다. 요컨대 실적이 악화된 테스코가 홈플러스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관측이다.
더불어 가장 주목되는 것은 홈플러스에 대한 자금 회수가 자연스럽게 상향되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테스코는 지난해 홈플러스테스코로부터 상표, 로고 및 라이센스료로 120억원을 받았다. 2012년 7억원, 2011년 9억원을 각각 받았던 것에 비하면 무려 10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심지어 홈플러스테스코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40억원으로 2012년 491억원, 2011년 953억원에 비해 더 줄어든 상태다.
이같은 비율이면 홈플러스로부터 받는 라이센스료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홈플러스는 2012년 테스코에 지급하는 라이센스 비용으로 30억원을 책정한 바 있다. 만약 같은 비율로 라이센스 비용이 상향된다면 홈플러스는 지난해 라이센스료로 500억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장 시선이 쏠리는 것은 바로 도 사장의 행보다. 이 회장의 체제에서 없었던 거액의 라이센스 비용이 도 사장 체제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그가 이 회장만큼의 교섭능력과 카리스마가 부족했다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계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토종의 이미지를 구축, 홈플러스만의 경쟁력을 만들어 온 회사의 경쟁력 측면에서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가 늘 겪는 딜레마는 투자금을 회수, 이익을 내고 싶은 본사와의 협의가 기업 경쟁력 성장과 상충 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전 이 회장이 내놓았던 모범 답안을 도 사장이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