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룡 기업 10년 이상 장기채 발행 3680억달러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시장 이코노미스트의 예상과 달리 장기물 금리가 연초 이후 가파른 내림세를 보이자 글로벌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저금리와 투자 수요가 뒷받침되는 상황을 틈타 10년 이상 장기물 채권을 발행, 자금줄을 확보해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진:AP/뉴시스) |
20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캐터필라부터 로열 더치 셸 등 글로벌 공룡 기업이 연초 이후 발행한 10년 이상 장기물 회사채가 368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이들이 발행한 회사채 평균 수익률은 올들어 59bp 하락, 4.4%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최저치인 4.1%에 근접한 수치다.
로열 더치 셸의 사이먼 헨리 최고재무책임자는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가 아니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기업 대표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특히 장기물 회사채의 경우 단시일 안에 채권을 차환 발행해야 하는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어 기업에 쏠쏠한 반사이익을 제공한다.
장기물 채권 발행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회사채의 평균 만기는 최근 1년 사이 8.1년에서 8.5년으로 상승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산 매입을 축소하고 있지만 시장 주변에 잉여 유동성이 넘친다는 것이 기업 재무 책임자들의 얘기다.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우세하다는 것.
이달 세계 최대 건설 및 광산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라는 창업 이후 최초로 50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다. 발행 규모 5억달러의 회사채는 4.8%의 금리에 발행됐다.
하스브로가 5.1%의 금리에 30년물 회사채를 발행했고, 세계 최대 원자력 설비 업체인 이렉트리사이트 드 프랑스가 7억달러 규모의 100년 만기 회사채를 매각하는 등 올들어 장기물 채권 발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달 10년물 채권을 매각한 월터스 클루베르의 조지 데싱 재무담당자는 “금리가 현저하게 낮은 상황에서 최대한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움직임”이라며 “장기물 회사채 발행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고 전했다.
앞서 쿠폰금리 4%에 50년물 회사채를 창업 후 최초로 발행한 트랜스포트 포 런던의 사이먼 킬론백 재무관은 “실물경기 상황이 개선되는 만큼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며 “이 때문에 장기물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줄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