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래 및 재건축 움직임…상인은 월 임대료 내기도 어려워
[뉴스핌=한태희 기자] 서울 서부 이촌동 주택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무산된 후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하지만 서민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터인 이촌동 일대 상권은 역세권 무산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부이촌동 주민은 긴 잠에서 깨어나 주택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상가 세입자는 월 임대료를 내지 못해 점포에서 쫓겨나고 있다.
22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일대 중개업소와 주민에 따르면 아파트를 사거나 전·월셋집을 보기 위해 중개업소를 찾는 사람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또 199·203·206번지 일대 주민들은 노후 주택을 재건축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서부이촌동이 용산 개발사업지구에서 해제된 후 대림아파트가 거래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에 있는 대림아파트 모습 |
실제로 지난해 10월 서부이촌동이 용산 개발사업지구에서 해제된 후 이 일대 아파트는 조금씩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이후 4년 동안 2가구가 거래됐던 대림아파트는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동안 7가구가 거래됐다.
주민들은 주택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용산구 이촌2동(서부이촌동) 199·203·206번지 일대 주민은 내달 주민설명회를 갖고 재건축 추진위원장을 뽑을 예정이다. 용산을 다시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서울시장 후보들의 공약과 관계없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달리 상인들은 계속된 침체에 울상이다. 상가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사례는 부지기수고 심한 경우는 점포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동네 슈퍼마켓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할인 공세를 앞세운 24시간 편의점과 경쟁해야 할 처지다.
중화요리집 이촌반점 사장 김 모씨는 지난 2월 대로변에 있던 가게를 성원아파트 근처로 옮겼다. 월 175만원 상가 임대료를 내지 못해서다.
가계를 4분의 1로 줄인 김 씨는 월 임대료로 45만원을 내고 있다. 음식을 팔아선 월 45만원도 감당할 수 없자 요즘 김 씨는 공사 현장을 찾고 있다. 주방장에서 일일 근로자로 전락했다. 이촌반점은 김 씨 부인이 주방일과 서빙, 배달을 맡고 있다. 장사가 잘 되면 혼자 감당하기 어렵지만 손님이 없는 상황이다.
서부이촌동 시범단지 근처에서 30년 넘게 운영된 전주홍어횟집은 지난해 가을 문을 닫았다.
음식점 뿐만 아니라 동네 슈퍼마켓도 직격탄을 맞았다. 장사는 안 되는데 근처에 24시간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마켓이 입주하고 있어서다.
한영마트 사장은 "마진을 거의 안 남기고 1300원 받고 소주 한병을 팔았는데 저쪽(편의점)에선 1080원에 판다"며 "라면이나 화장지, 세탁용 세제도 할인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감당하겠냐"며 한탄했다.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에서 30년 넘게 운영된 전주홍어횟집은 지난해 가을은 문을 닫았다. |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