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국민들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하는 것은 어렵다. 또 원래 내야 했던 세금도 내라고 하는 순간 새로운 과세로 바뀐다.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얘기다.
주택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 추이는 35.4%(2012년 1월)→42.3%(2013년1월)→46.7%(2014년1월)까지 높아졌다.
이런 급격한 변화에 월세 세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2월말 이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월세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공제대상도 현행 총급여 5000만원 이하에서 7000만원 이하로 확대해 세제혜택을 강화하기로 한 것.
정부는 월세액의 10%를 소득세에서 공제해주게 돼 1년에 한 달 이상의 월세액을 지원해 주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홍보했다.
원래 여기까지가 정부의 기대치였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월세액의 10%를 소득세에서 공제해주기 위해서는 정확한 월세 자료가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했다. 이 예측은 그동안 사실상 '불로소득'으로 여겨졌던 임대소득세를 건드릴 것이라는 전망으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집주인들의 반발이 싹텄다.
정부는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며 소규모 주택임대소득자의 세부담을 낮춰주기로 했다. 즉 2주택자 이하 보유자로서 주택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경우 단일세율(14%)을 분리과세하고 세법상 사업자 등록의무가 면제토록 한 것이다.
또 다른 허점이 숨어있었다. 임대사업자 등록은 의무가 아니라 임의규정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등록율은 6%에 불과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홍종학의원이 국세청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30만명에 달하는 다주택자는 임대소득에 대한 어떠한 세금도 납부하지 않았다.
그동안 세금을 내야 하지만 내지 않았던 3주택 이상자 또는 주택임대소득 2000만원 이상 임대인들이 사실상 세금을 내야할 처지로 바뀐 것이다.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이지만 정부 방침에 집주인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내야 하는 세금만큼 세입자에게 전가하거나 아예 집을 팔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이 때문에 주택 거래량이 위축되고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회복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다시 흔들렸다
정책의 내용이야 어떻든 시장은 '세금 폭탄'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언론도 시장의 불만을 그대로 보도했다. 이에 일주일만에 정부는 임대소득세 부과를 2년 유예하겠다며 시장의 공격에 항복했다.
최근까지도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국회는 오는 11일 정책토론회를 열고 정부안을 개정키로 했다.
시장에서는 3주택자 이상 임대소득도 종합소득세가 아닌 분리과세하는 방안, 분리과세 기준점인 연 임대소득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어떻게든 정부안이 대폭 후퇴할 확률이 높아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흐름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라고 "원래 내야 하는 세금을 내라는 것인데 마치 새롭게 과세를 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며 억울해했다.
이번 정부 정책 형성과정을 보면 시장과의 소통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또 새롭게 과세를 시작하려면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