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법 이후 최소 5~6건"...금융당국 책임 불가피
[뉴스핌=노희준 기자] 감사원이 금융당국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 과정에 부실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
금융당국이 카드분사 당시에는 요구하지 않았던 법의 잣대를 이제야 들이댄다는 '뒷북 제재' 논란이 있는 가운데 감사원이 분사 당시부터 금융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 문제가 있었다고 잠정 확인한 것으로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 타당성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신정법이 생긴 2009년 이후 카드3사 정보유출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국민카드 경우처럼 '신정법상 금융당국 승인 누락'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방치 속에 있던 사례가 최소 대여섯 건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관리 공백상태가 장기간 이어졌던 셈이다.
13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카드3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에서 카드 분사시 신정법상의 개인신용정보 이전 승인이 없었던 것을 발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개인정보 유출사고와 관련해 당시 왜 국민카드 등에서 신정법상의 승인을 받지 않았느냐 하면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승인누락)건수를 챙겨보고 있다"며 "곧 누구 잘못인지 판정을 해서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감사원은 금융당국에 대한 현장검사를 끝내고 신정법상 신용정보 이전에 필요한 승인 누락의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금융위와 금감원을 상대로 소명 절차와 확인서 작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의 관계자는 "(승인누락 건수는) 5년전부터 따져보면 전체적으로 5~6건은 넘고 제법 된다"며 "승인 누락 외에도 금융기관의 허술한 신용정보 관리에 대해 금융위와 금감원은 뭘 했느냐 하는 지적도 많다"고 덧붙였다. 신정법은 2009년 제정됐다.
신정법 32조 4항과 6항을 보면, 영업양도·분할·합병 등의 이유로 권리·의무의 전부나 일부를 이전하면서 그와 관련된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때 승인받는 사항은 개인신용정보의 범위, 제공받는 자의 신용정보 관리·보호 체계다.
국민카드는 2011년 3월 국민은행에서 분사하면서 이 승인을 받지 않았다. 다만, 신정법상 필요한 개인신용정보 이전 승인 사항은 카드 분사에 요구되는 금융당국의 인허가 사항은 아니다. 카드 분사 자체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국민카드는 신정법상 개인신용정보 이전에 필요한 금융위 승인을 받지 않고 국민은행의 개인신용정보를 자기쪽으로 가져갔고, 카드3사 고객정보 유출 때 정보가 외부로 털렸다.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임영록 회장이 당시 지주 사장으로서 국민카드 분사 과정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책임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기의 전 국민카드 사장이 당시 카드분사TF단장이었고 그 카드분사TF는 임영록 당시 지주 사장 직속기구였다.
아직 '신정법상 승인 누락'의 절차적 하자 책임소재가 분명하게 가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책임이 배제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어느 쪽의 절차상 하자를 물을지 모르지만, 감사원에서는 신고를 안한 금융기관이나 제도를 총괄하는 이들이나 똑같이 잘못이라는 입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카드 분사 과정에서 신정법상 개인신용정보 이전 승인 누락을 임 회장에 대한 주된 문제의 하나로 삼은 금융당국의 중징계 결정은 제재심위위원회에서 뒤바뀔 가능성이 생겼다.
국민카드의 승인 신청 부재에 대한 잘못은 별개로 공적기관인 감사원으로부터 금융당국이 관리감독 부실을 지적당하면 '그때 뭐하고 3년이나 지난 지금 와서 절차 미비로 제재하느냐‘는 뒷북 논란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나 금감원에서 그때 당시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 따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도 "KB에서 신정법을 위반한 것은 그것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다른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당국에서는 신청이 들어온 범위에서만 판단을 했던 것"이라며 "왜 당국이 이런 것 저런 것 (필요한 것을 따져) 승인을 안 했느냐 하는 것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