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기자] 팬택의 출자전환을 놓고 채권단과 이동통신사업자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 분위기로는 이동통신사들의 출자전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팬택 채권단의 워크아웃 지속여부 결정시점인 오는 4일 이후로 결정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1일 팬택 채권단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오는 4일 팬택의 워크아웃 지속여부 결정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이동통신사들의 매출채권에 대한 출자전환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팬택이 이통3사에 지급해야 할 판매장려금등 매출채권 규모는 SK텔레콤 900억원대을 비롯해 KT 500억원대 LG유플러스 300억원대등 총 18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날까지의 분위기는 이통사들이 1800억원의 팬택 매출채권을 포기하더라도 출자전환은 없다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A 이통사 한 고위 관계자는 "팬택의 미수금을 향후 단말기로 받는 것으로 대체하더라도 출자전환을 결정하는 것은 너무 부담스럽다"며 "여러가지 안을 놓고 고민해도 매출채권의 출자전환은 부정적인 시각이 앞서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이통사가 특정 제조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출자전환에 나설 명분이나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B 이통사 고위 관계자도 팬택의 출자전환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B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한번 출자전환으로 팬택이 살아난다면 기꺼이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업황이나 팬택의 상황을 고려할 때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추가지원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크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또 "차라리 팬택의 매출채권과 재고물량의 손실을 떠안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처음부터 출자전환을 고려하지 않는 게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자칫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도 이러한 기류를 감지한 듯 오는 4일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땐 이통사에 최후통첩을 보낼 것이란 관측이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팬택 채권단에서 먼저 출자전환을 결의한 뒤 마지막으로 이통사에 출자전환 압박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이통사들도 더 깊게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통사들 입장에서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자칫 이통사 가운데 누가 나서서 팬택의 출자전환에 반대입장을 피력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또 다른 C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현재 팬택을 둘러싼 여러 이슈가 단순히 풀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며 "이러한 시점에서 굳이 이통사들이 출자전환에 나서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강조했다.
다만 변수는 있다. 이통사의 팬택 출자전환 결정은 자율적이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채권단이 적극적인 협조를 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채권단이 이통사에 대해 일정부분 확약조건을 제시한다면 전향적(前向的)으로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팬택의 급한 불을 끈 뒤 일정시점에 국내외에 매각하는 조건등이다.
이 경우 이통사 입장에서는 국내 중견그룹을 망하게 했다는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있다. 가뜩이나 경기위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팬택이 무너진 뒤 불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현재 팬택을 비롯한 협력사의 임직원 수는 6만~7만명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4인 가족기준으로는 최소 20만명대의 생계가 달린 문제다. 이러한 분위기는 결국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박근혜정부나 여당인 새누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