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유 정유처리 시설 부족…중질유 처리업체 상황 악화
[뉴스핌=노종빈 기자] 셰일 원유 개발 붐으로 생산량이 크게 확대됐지만 정작 미국내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휘발유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주된 이유는 최근 미국내 원유 생산은 크게 늘어났지만 이를 처리할 적절한 정유시설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13일(현지시각) CNBC가 보도했다. 이 때문에 정유업계가 급증하고 있는 휘발유 등의 정제유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풀이된다.
◆ 셰일층 원유처리 정유업체 활기
최근 미국의 갑작스런 생산량 증가로 원유 생산은 늘어났지만 이를 처리할 정유사는 대략 150여개사에 불과해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셰일층 원유는 물에 대한 기름의 질량비가 낮은 경질유가 많다. 반면 전통적인 대형 정유사들은 대부분 물에 대한 질량비가 높은 중질유를 처리하는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노스다코타주 등의 셰일 원유 개발로 인한 생산 증가로 미국 동부 지역의 경질유를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정유업체들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들은 한때 원가부담에 따른 경제성을 맞추지 못해 기업 상황이 크게 악화됐으나 최근 셰일층 원유 개발 및 생산급증으로 인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 정유업계 설비불균형 가능성 부각
반면 중질유 처리 정유업체들은 미국내 원유 생산 규모가 4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중질유를 적절한 가격에 공급받지 못해 울상이다.
여기에 베네수엘라와 나이지리아, 중동 등 해외지역에서의 중질유 생산량 긴축으로 시장 가격도 상승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제대로 된 정유시설 투자가 거의 30여 년간 이뤄지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설비의 불균형이 휘발유 가격이 계속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최근 몇년 동안 정유설비를 확충한 정유사들도 대부분 중질유 전문 업체들이어서 넘쳐나는 경질유 공급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셰일 원유 붐에 따라 경질유가 주로 생산되다 보니 중질유 생산비중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향후 수년 내 상황이 변동될 수 있는 셰일 붐에 맞춰 경질유 처리 중심의 설비투자를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커트 홀리드 RBC캐피탈마케츠 에너지리서치부문 공동대표는 "정유업체들의 생산시설 투자는 최소 15~30년을 내다보고 투자를 하게 된다"며 "기존설비 조정을 통해 시장 불균형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정유사들, 경질유 처리비중 확대 노력
정유사들도 셰일 원유 처리 능력을 확충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 기반을 둔 발레로에너지는 텍사스 이글포드 셰일층 원유의 처리를 위해 약 7억5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 전역에 10개 정유공장을 보유, 하루 240만배럴의 정제유를 생산하고 있는 이 회사는 최근 경질유 처리용량을 전체의 50% 비중까지 높였다. 불과 5년 전 경질유 처리비중이 전체의 33%대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경질유의 생산이 늘어나고 있어 경질유 수입을 거의 하지 않고 미국 내에서만 조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