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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우동환 기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더불어 우리나라 대기업 후계구도를 얘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다.
최근에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속도를 더해가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현대차그룹을 이끌어 갈 정의선 부회장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부회장은 과거 기아차 대표를 맡아 '디자인 경영'을 도입해 기아차를 환골탈태 시켰으며 현대차로 복귀해서는 정몽구 회장을 도와 브랜드 이미지 재고를 위해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등 현재 안정적인 승계과정을 밟으며 현대차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을 직접 대면한 사람들 대부분은 그가 "겸손하고 남에 대한 배려심이 많으며 소탈한 성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으면서도 확신이 서면 밀어붙일 수 있는 뚝심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과도 닮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 부회장의 이런 성격은 어릴 적부터 그의 할아버지인 정주영 명예회장을 비롯해 집안 어른들로부터 받아온 예절 교육과도 연관이 있다.
◆ 현대가 장자로서 받은 유년기 예절수업
정몽구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1970년에 태어난 정 부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현대가의 전통인 밥상머리 교육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매일 새벽 서울 청운동 본가에서 집안 어른들과 아침 식사를 하며 자연스레 어른을 공경하고 남을 배려하는 기본예절을 배우고 근면과 성실, 도덕성 등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현대가의 손자 중 가장 먼저 의선씨를 대상으로 밥상머리 교육을 했으며 이후 정 부회장과 동갑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두 살 아래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사촌들도 같은 예절교육을 받았다.
현대가의 아침 식사는 새벽 5시에 시작됐는데 정 부회장은 결혼 후에도 청운동에 와서 정 명예회장과 같이 아침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정 부회장은 소주를 즐기고, 김치찌개와 냉면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검소하고 소탈한 성격은 정 명예회장 때부터 내려온 가풍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받은 이런 예절교육은 부하직원에게도 항상 존대말을 할 정도로 세간으로부터 겸손하고 예절바른 후계자라는 평가가 따라 다니는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 고려대 경영대 인맥 '눈길'
정 부회장은 1989년 휘문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한다.
대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부회장 역시 기업 오너의 자제들처럼 '학풍'에 따라 조용한 캠퍼스 생활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을 지켜봤던 장하성 교수는 과거 한 매체를 통해 정 부회장이 현대가 자제라고 해서 특별하게 티를 내는 학생은 아니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부회장의 인맥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대학교 동문 선후배로 당시 같은 학교를 거쳐 간 대기업 2~3세들이 넓게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2~3세들 중에는 허창수 GS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정몽진 KCC그룹 회장 등이 있다.
다만 정 부회장은 앞서 언급한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들의 별도 모임에는 잘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얼마 전 현대 비에스앤씨 대표직을 사직한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3남인 정대선씨 역시 고려대 경영대 출신이며 그의 형인 정일선 BNG스틸 사장은 학과는 산업공학과로 달랐지만 같은 89학번으로 재학했다.
현대차그룹 내 정 부회장의 체제를 위한 인적 구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정몽구 회장의 측근인 김용환 부회장에 대한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차 그룹에서 중국통인 설영흥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김용환 부회장에 대한 역할론도 다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올해 초 정몽구 회장의 가신으로 꼽히던 최한영 현대자동차 상용담당 부회장이 물러난 데 이어 설영흥 부회장도 사퇴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정의선 체제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용환 부회장과 함께 기아차에서부터 정 부회장과 함께했던 정진행 사장도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 그룹 내에서 젊은피로 분류됐던 정진행 사장은 정 부회장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나 해외 출장에 대부분 동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품질 문제로 물러나 올해 초 연구개발본부장에 3개월 만에 복귀한 권문식 사장도 정 부회장의 측근으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도 정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도 사석에서는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막역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계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가수 이현우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001년 현대차 투스카니 출시가 가교 역할을 하면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스카니 홍보 차원에서 이현우의 뮤직 비디오를 현대차가 후원했던 것. 이후 이현우는 7집 앨범 커버에 실은 '스페셜 땡스' 란을 마련해 현대차와 정 부회장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 정 부회장, 현장 경영 행보
정 부회장은 최근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녀오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 판매법인과 앨라배마 공장을 차례로 방문한 데 이어 올해에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현장 점검에 나서고 있다.
이번 달 중순에는 인도와 터키 현대차 현지공장에 들러 공장 시설과 함께 판매 현황을 점검했으며 이어 중동 오만을 방문해 현대차 전시장 개장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의 이런 행보는 현장 상황을 중시하는 정몽구 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업계에서 정 부회장의 업무 처리 스타일은 아주 꼼꼼한 편으로 자신의 일은 절대 남에게 떠넘기는 법이 없기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현장을 보고 소통하는 것도 부전자전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7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