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전문가에게 듣는다] "美금리인상 우려 반영...글로벌 분산투자로 대비"
[뉴스핌=대담 박영암 부국장, 정리 한기진 기자] “인도펀드가 올들어 20%넘게 올랐다. 지금이라도 투자해야 하나?”
2일 서울 종로구 SC은행 본사에서 인도출신의 라재시 카난(Rajesh Kannan·44) 한국SC은행 자산관리 본부장(전무)에게 인도 펀드 투자여부를 물었다. 인도 뭄바이대학 컴퓨터 공학과와 러크나우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전략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려줬다. 라재시 카난 본부장은 “인도에만 투자하는 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도 채권 같은 고정수익(fixed income) 상품에 대해서는 좀 더 투자기회를 탐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 안정인데, 모디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치안정이 이뤄졌고 이에 따른 경제회복 기대감으로 인도펀드가 올랐다”면서 “향후 6~12개월 동안 인도 정부의 경제발전 계획이 실제로 실행되는지 좀 더 지켜본 후 투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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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재시 카난 SC은행 자산관리 본부장은 "한국정부의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 한국증시를 좋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
- 인도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왜 투자를 권유하지 않나.
“글로벌 자산관리는 분산투자로 접근해야 하지, 특정 국가만 투자해서는 안 된다. 중국에 대한 투자 역시 분산투자 대상 중 하나이다. 아시아 전체를 보고 투자에 접근해야 한다.”
- 그렇다면 아시아시장에 대한 투자 전망은 긍정적인가.
“SC은행의 투자관점에서 아시아 시장에 대한 긍정적 뷰(view)가 생긴 것은 최근 일이다. 원래는 유럽 등 선진시장이 매력적이어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아시아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였다.”
- 글로벌 지역별로 투자 전망은 이해하겠다. 그럼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상품을 구체적으로 들어달라.
“글로벌 에쿼티(equity) 펀드나 멀티 인컴 펀드(multi income fund)가 유망하고 채권은 중립적이라고 본다. G3(미국, 일본, 중국)국가의 국채는 부정적이다.”
멀티 인컴 펀드는 최근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 주식, 채권, 부동산 리츠 등을 혼합해 만든 펀드다. 자산 뿐만 아니라 투자 지역도 미국, 유럽, 아시아 등으로 분산시킨다. 한 바구니에 담긴 상품의 숫자가 많게는 1000개에 달하기도 한다.
- 브라질 국채 전망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내 많은 투자자가 가슴앓이를 하는 중이다. 계속 보유해야 하나?
“신흥시장 국채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이다. 기회와 도전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다만 몇 달 전부터 CNH본드(홍콩 내 위안화 채권)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수익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브라질 국채에 대한 투자 전략은 갖고 있지 않다.(투자 권유하지 않는다는 의미) 한국에서 브라질 국채가 인기를 끈 것은 세금 면제 때문인데, SC는 세금혜택이 투자판단의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으로 보지 않는다.”
- 한국에서도 금융자산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고 해외자산 편입도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의 배경과 위험은 무엇인가?
“고액자산가들은 저금리가 지속하고 부동산 가격이 크게 회복될 것으로 보지 않으니 금융자산 확대와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 SC은행은 2012년부터 고액 자산가에게 글로벌 분산투자를 추천하고 있다. 실례로 SC은행이 판매하는 상품 중에서 한국 주식형 상품이 2011년에 75%나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40%대로 낮아졌다.”
- 해외투자 시 환변동 위험을 피하는 것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객에게 환위험 헤지를 반드시 하라, 말라 권유하지 않는다. 위험을 고지하지만 강요하지 않는 게 맞다. 환율 역시 고객이 투자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다.”
- 오는 10월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것으로 예견되는 등 글로벌 시장에 변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심리는 이미 퍼져있다. 문제는 금리인상이 각국에 영향을 주는 타이밍인데, 투자자들이 이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이런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SC은행이 만든 투자전략인 ‘AGILE(민첩)’을 통해 고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시장보다 글로벌 시장에 투자할 것을 강조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지역을 골라주고 있다.”
AGILE은 SC은행이 올해 투자방향을 ‘민첩함’에 맞춰 만든 전략이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가 ▶ 선진국 경제(Advanced economies)가 글로벌 경기 회복의 핵심 ▶ 성장(Growth)과 기업실적이 주가상승의 핵심 ▶ 소득(Income) 창출 수요가 여전히 높고 ▶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도 유동성(Liquidity)이 여전히 풍부 ▶ 신흥국(Emerging economies)이 장기 개혁에 착수했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로 ▶ 2014년 변화에 적응(Adapt)하라 ▶소득창출(Get paid)에 계속해서 집중하라 ▶내일이 아닌 오늘 투자하라(Invest today) ▶지역을 벗어나 글로벌한 시야를 가져라(Look globally) ▶장애물을 예상(Expect)하고 이를 활용하라 등이다.
- 과거 '인사이트펀드'로 투자자가 엄청난 손실을 본 경험으로 한국 금융회사들의 신뢰에 상처가 났다. 신뢰회복 방법은?
“SC은행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금융 자회사를 두지 않는 이유는 회사 내 이해관계 없이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자산관리의 첫 번째 목표가 신뢰구축이어야 한다. SC은행이 한국 고객에게 글로벌 분산 투자를 강조하면서 글로벌 투자 표준을 제공하려는 이유도 과거에 쏠림현상으로 손실을 보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 최근 삼성전자나 현대차를 포함해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못하다. 한국경제가 계속 어려울 것인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면을 많이 보고 있다. 실적에 대해서 예를 들어 설명하면, 무대 위에 여러 명의 무희들이 춤을 추고 있는데 전체 그림은 위층으로 올라 가서야 보인다. 한국 기업들의 상황도 그런데, 일부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은못한 것은 한국 경제구조가 전반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과거 한국은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미래를 보고 있다."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의 배당확대를 유도하고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 공격젹인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같은 정책이 한국시장의 투자매력도를 높이고 있는가?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올 초부터 긍정적 전망을 갖고 투자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고 추가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가령 세제 관련 정책이 나오면 하는데, 고객들은 해외 주식이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과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에 세금이 차별화돼 있어 투자결정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