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등으로 예상보다 발행규모 적어 무난히 소화될 듯
[뉴스핌=정연주 기자] 내년 국고채 발행규모가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으나 채권시장은 별다른 동요없이 조용하다. 발행물량이 '예상보다 작다'고 평하며 이를 시장이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5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발행되는 국고채의 총규모는 102조9000억원이다. 올해 발행계획 물량인 97조5000억보다 5조4000억원 증액됐다. 특히 적자국채의 발행규모가 2009년(35조원)이후 최대 수준인 33조원에 달한다.
내년 국고채 발행 규모가 증가하긴 했으나, 애초 시장에서 6조원에서 10조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부담이 없는 수준이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 등으로 세수를 확보할 다양한 재원을 마련해 국고채 발행 부담을 다소 덜어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합재정수지가 8조원가량 적자를 보여 발행규모가 총 10조원까지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 편"이라며 "담뱃값 인상안 등 세수확보가 가능한 정책들이 나오면서 이미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눈치를 채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물량규모 자체가 수급적으로 큰 부담 요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공사채 발행이 줄어드는 추세라 증가 규모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채비율을 낮춰야 하는 공기업들 입장에서 채권발행이 수월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신동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사채 발행계획이 줄면서 크레딧 쪽으로 시장이 확장됐고 장단기 신용스프레드가 줄어드는 축소 요인이 되기도 했다"며 "국채발행계획이 5조원 증액됐으나 공사채는 더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물량 소화여부의 관건은 장기투자기관의 국채 집행 규모다. 최근 장기투자기관은 낮은 국채금리에 해외투자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추진하고 있다.
보험사의 한 채권운용역은 "발행 규모 자체는 예상보다 적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장투기관 내 기관 성향마다 입장이 다른데, 생보사나 연금은 부채 듀레이션이 길어 중장기물 쪽으로 계속 맞춰가야하니 장기채 수요는 꾸준하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기관 성향을 떠나 일단 금리레벨 자체가 낮고 역마진 구조가 고착화돼 과거에 비해 채권 포지션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미국채 30년물만 보더라도 우리보다 더 높아 대체 투자나 채권 아닌 수단을 많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외 변수가 혼재해 장투기관이 해외투자로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10월 미국 테이퍼링 종료부터 시작해 금리 인상론에 따라 시장의 출렁임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신 연구원은 "절대금리 측면에서 국내금리가 대외금리대비 아직 높은 수준"이라며 "국내 기관들이 국내채권을 두고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유인이 있는지가 관건인데, 미국 조기 금리 인상 이슈 등으로 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이라 계획을 실행에 옮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