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후금리 떨어지면 전셋값 올라…호가 올라도 추격 매수 꺼려
[뉴스핌=한태희 기자] #서울 마포구 전용 84㎡ 한 아파트의 전셋값은 12년 전인 지난 2002년 2억5000만원이었다. 지금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4억5000만원이다. 수치로 보면 12년 만에 80% 전셋값이 올랐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집주인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 2002년에는 은행 예금금리가 5%를 웃돌았지만 지금은 2.5%를 밑돌고 있어서다.
전셋값이 거침 없이 오르고 있다. 주택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전셋집은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같은 '전세난'의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다. 연 3%도 넘지 못하는 낮은 금리 때문에 집주인이 전세를 거둬들이고 월세로 돌리려 하고 있다.
전세 수요가 줄지 않는 것도 한 몫한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지 않자 사람들이 주택 구매를 미루고 전세시장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아파트 월세 수익률은 5~6%, 단독·다세대주택 수익률은 6~7%대"라며 "은행 예금 이자율이 1~2%대인 것을 생각하면 집주인은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이후부터 기준금리가 떨어질 때마다 전셋값은 상승했다. 지난 2011년 6월부터 지난 8월까지 기준금리가 1%포인트 떨어지는 동안 전셋값 지수는 20.61포인트 올랐다. 특히 지난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년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자 전셋값 지수는 8.71포인트 상승했다.
자료:한국은행,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 |
수억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받아봤자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권 예금금리가 5% 시절이던 10여년 전과 비해 두 배 넘게 전셋값이 올라야 집주인들이 손해를 보지 않게 된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도 "전세제도는 전세보증금 운용 수익률과 관계가 깊다"며 "은행 금리가 높으면 전세로 받을 이유가 커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월세로 전환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전세 수요가 줄지 않는 것도 전셋값이 오르는 이유다. 사람들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지 않자 그대로 전세 시장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해 전세난을 막고 주택경기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를 세운 이유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주택 매매를 미루고 있다.
더욱이 전세로 살면 재산세나 취득세와 같은 세금을 피할 수 있고 건강보험을 비롯한 4대 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 또 '사회적 약자'라는 보호망도 얻을 수 있다. 굳이 무리해서 집을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주택 대책 발표 후 단기간 반짝 가격이 올랐지만 호가와 매입 희망가격 격차라 발생하면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팀장은 "사람들이 호가가 오른 가격에 사도 나중에 더 오른다는 심리가 생기면 매수가 이어질텐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