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등 시장 상황 변해야 하나 당국 추가 지원 목소리도
[뉴스핌=노희준, 우수연 기자]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가 국내에 도입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단 한곳의 은행도 발행하지 않았다. 저금리 상황에서 일반 은행채에 비해 조달금리 절약효과는 크지 않지만, 발행 및 관리 비용이 추가로 드는 등 비용절감 효과가 적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곳이 전혀 없다. 커버드본드는 은행 등 발행기관이 일정요건의 주택담보대출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담보부 채권이다. 발행기관뿐만 아니라 발행기관이 제공한 담보자산을 통해 투자자에게 이중상환청구권을 보장하는 채권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발행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당국은 단기, 변동금리, 일시상환 중심의 국내 가계부채 구조를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의 구조로 변경하고 은행의 안정적인 장기자금조달을 돕는 차원에서 은행권의 커버드본드 발행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은 현재 저금리에서 커버드본드 발행 실익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커버드본드 금리는 이론적으로 국고채와 일반 은행채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커버드본드는 은행채에 없는 우량 담보를 기초자산으로 제공하기에 발행사의 신용도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아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채권시장은 저금리속에 국고채와 은행채 사이의 스프레드(금리차)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5일 현재 5년물 기준으로 국고채와 은행채(AAA)의 스프레드는 16.2bp(민평기준)(1bp=0.0.1%p)까지 좁혀졌다. 워낙 전반적인 금리가 낮은 상황이라 스프레드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거꾸로 은행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금리절감 효과가 투자자에게는 투자 매력도를 반감시키는 측면도 된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부서 팀장은 "저금리 시대라 투자자들은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에 투자하고자 하는 상황"이라며 "은행채보다 심지어 낮게 발행되면 사려는 사람 자체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고채(5년)와 은행채5년(AAA)금리(좌측축) 및 스프레드(우측축) <자료=금융투자협회> |
반면 커버드본드 발행에는 유지, 관리 비용이 든다.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 등을 담보로 제공해 장기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라 중간에 담보로 제공된 대출이 상환되거나 부실이 발생하면 다른 담보로 교체해 기초자산집합(커버풀)을 발행내역대로 유지해야 한다.
가령 커버풀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70% 이하인 대출이 20% 이상 포함돼야 하는데, 중간에 담보 교체를 통해 이런 기준 등을 맞춰야 한다. 발행사는 이를 위해 커버풀에 대해 회계감사, 적격요건 및 담보유지비율 실사 및 평가, 보고서 작성 등을 할 커버풀 감시인도 선임해야 한다.
은행권에서는 네커티브 플레지(negative pledge, 채권 발행시 담보설정의 부인조항)에 대한 비용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는 채권발행시 다른 사람한테 담보로 제공되는 행위를 제한한 조항인데, 커버드본드의 기초자산으로 제공되는 채권에 이런 조항이 붙어 있으면 채권자의 동의를 별도로 받아야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발행에 필요한 시스템이나 준비는 하고 있다"면서도 "한번도 발행한 적이 없어 발행 비용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들지 금리가 실제 어떤 수준으로 결정될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기본적으로는 금리상승 등 시장상황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나 정부의 추가 지원도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강수현 대우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금융당국은 커버드본드 발행 시 금감원에 지불해야 하는 발행분담금을 최소한으로 낮춰 발행을 유도하고 있지만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커버드본드는 은행이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있을 때 (보완) 장치로 갖고 있는 것"이라며 "(발행 유도를 위해) 추가적인 제도개선에 대한 생각은 아직 없다"고 말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8월 잔존만기 10년 초과 커버드본드는 원화 예수금의 1% 한도 이내에서 예금으로 잡아줘 발행 유인을 늘렸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