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부담 줄어" vs "가격 인상·카드소지자 역차별"
[뉴스핌=김연순 기자]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가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을 오는 17일까지 또 다시 일주일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수수료율 갈등이 3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양측이 협상기한을 연장하기는 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협상 타결로 이어지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협상이 결렬될 경우 소비자 편익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검찰고발·공정거래위원회 제소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대차와 KB카드 간 수수료율 갈등이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 위반 여부로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소비자 편익을 둘러싼 논란이 또 하나의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12일 관련업계 및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를 검찰에 고발하거나 공정위에 제도하는 방안에 대한 법률검토에 착수했다.
금감원이 검찰 고발과 공정위 제소 카드를 꺼내든 배경은 재협상 기한 닷새를 앞두고 현대차를 재차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된다. 만약 협상이 결렬돼 KB카드로 현대차를 구입하지 못할 경우 1800만명에 달하는 KB카드 회원이 불이익을 당하게 되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적극 나설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차 복합할부금융을 통한 소비자 혜택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복합할부금융은 고객이 카드로 차값을 결제하면 캐피탈사가 카드대금을 고객 대신 카드사에 갚아주고, 고객은 매달 캐피탈사에 할부금을 갚는 형태다. 일반할부금융과는 달리 카드사가 중간에 끼어들기 때문에 가맹점 수수료가 발생한다.
현행 카드사별 복합할부 가맹점수수료는 1.85~1.9% 수준이다. 이 가운데 카드사는 캐피탈사에 1.37%의 재원을 지급하고, 0.2%는 고객에 대해 캐시백으로 사용된다. 카드사에게 남는 부분은 0.33% 수준인데, 캐피탈사 재원 1.37% 중 1.00%는 자동차 딜러(영업사원)에게 지급된다.
카드사들은 "복합할부금융으로 신차 구입 고객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어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상품"이라고 주장한다.
고객에게 지급되는 캐시백 뿐 아니라 자동차 딜러에 지급하는 수수료(1.00%)도 할부금리 인하에 일부 반영되기 때문에 고객은 일반할부금융 대신 복합할부금융을 이용하면 연 1% 포인트 이상 금리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복합할부금융에 따른 수수료 비용이 결국 소비자가격 인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갈수로 급증하고 있는 가맹점수수료가 결국 자동차 프로모션 축소, 원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복합할부로 금융비용이 비약적으로 증가할 경우 자동차회사들은 자연스럽게 고객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자동차업계의 비용증가가 소비자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선 차복합할부금융이 생기면서 오히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줄어들고 수수료율 자체가 올라간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1800만명의 KB카드 고객 중 복할할부금융을 이용하지 않는 고객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제기된다.
KB국민카드 부사장을 지낸 지동현 삼화모터스 사장은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에선 정상적인 금리 외에도 1.9%, 3.9% 수준의 낮은 할부금융금리 상품이 있지만 복합할부금융 금리는 아무리 낮아야 5.9% 수준"이라며 "자동차 영업사원이 복합할부상품을 권유하면 소비자는 더 높은 5.9%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0.2~0.3%의 캐시백 혜택을 받는 것이 비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선 (복합할부금융) 상품이 위험하거나 부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관심사에서 승인을 해준 것"이라며 "다만 카드를 이용하는 고객들 중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을 이용하지 않은 고객들은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소지도 있다"고 전했다.
양측의 입장차를 떠나 금융당국이 애초에 이 상품 약관심사를 승인했기 때문에 면피 차원에서 '소비자 편익'을 내세우며 검찰고발 등의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수준과 관련 여전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금융당국이 좌초했다는 지적이 높다. 금융당국이 지난 2012년 여전법 개정 당시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1.5%로 일괄 책정하면서 카드사와 가맹점 간 자율적인 수수료율 조정 여지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지동현 사장은 "복합할부금융은 금융당국 규제의 풍선효과로 급증한 기형적인 금융상품"이라면서 "카드사가 (복합할부금융을) 하겠다고 하니 금융당국에서 승인한 것인데, 지금은 불필요한 거래비용만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