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위기 당시 급등했던 것과 크게 대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 경제의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에도 엔화는 투자자들 사이에 안전자산으로 통했지만 지난 10월말 일본은행(BOJ)의 ‘깜짝’ 부양책에 따른 폭락 속에 이 같은 논리가 흔들리고 있다.
5일(현지시각)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는 장중 122엔선을 ‘터치’한 뒤 121엔 선으로 후퇴했다. 전날 7년여만에 120엔을 뚫고 오른 뒤 엔/달러의 상승 탄력이 더욱 강화되는 양상이다. 그만큼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강한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출처:뉴시스] |
최근 엔화 움직임은 과거 메가톤급 위기와 커다란 대조를 이루고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와 2010년 유로존 부채위기가 본격화됐을 때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10개 선진국 통화의 상대비중지수를 근간으로 할 때 2008년 엔화는 46% 폭등했고, 2010년에도 12%에 이르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엔화는 2011년 3월 일본에 쓰나미가 닥쳤을 때도 이후 1주일 동안 5.2% 뛰었다.
지난해에도 엔화가 일중 2% 이상 급등한 사례가 세 차례에 이른 것을 감안할 때 10월 말 이후 가파른 하락은 근본적인 투자 논리의 변화가 깔린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방크 인터내셔널의 한스 게티 아시아 투자 헤드는 “일본 엔화와 국채를 더 이상 안전자산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엔화는 바닥으로 내리꽂히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업무 보고서를 통해 엔화와 관련, ‘전반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판단한 것과 상이한 반응이다.
일본 국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들어 선진국 국채시장 가운데 일본 국채가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디폴트 헤지 비용은 13개월래 최고치에 이른 상황이다.
만기 1년 이상의 일본 국채는 올들어 3.2%의 수익률을 냈다. 이는 26개 주요 국채 시장 가운데 가장 저조한 수치다.
이와 동시에 디폴트 리스크 헤지를 위한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이번주에만 62bp 뛰면서 201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편 엔화는 지난 6월 말 기준 글로벌 외환보유액 가운데 약 4%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루미스 세이레스 본드 펀드의 댄 퍼스 펀드매니저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지는 지정학적 마찰 역시 엔화의 안전자산 지위를 흔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