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조정 경고부터 2008년 데자뷰까지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들이 내년 증시의 가파른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 주목된다.
지난 2009년 3월 이후 이어진 장기 상승장 속에 피로감이 누적됐고, 글로벌 경기 둔화를 가격에 반영하는 과정을 피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월가의 대표적인 낙관론자로 꼽히는 제러미 시겔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 스쿨 교수는 내년 뉴욕증시가 처음으로 조정다운 조정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뉴욕증권거래소[출처:신화/뉴시스] |
시겔 교수는 “상승장이 지나치게 장기간 이어졌다”며 “연방준비제도(Fed)의 내년 금리 인상을 포함한 시장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반영, 가파른 조정이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내년 연준의 긴축이 공격적으로 단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말까지 연방기금 금리가 현재 0~0.25%에서 1.0%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주가 조정이 추세적인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시겔 교수는 강조했다. 때문에 가파른 주가 조정이 매수 기회라는 주장이다.
지난 수년간 주가 상승 전망을 강하게 제시했던 웰스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짐 폴슨 최고투자전략가 역시 이날 증시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조정의 양상은 시겔 교수의 전망과 상이하다.
장기 강세장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고, 내년 주가는 연중 지속적으로 완만하게 떨어지거나 보합권 등락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폴슨은 “미국 경제의 강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고, 저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라며 “하지만 내년 증시는 모든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달러화가 중장기 추세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 역시 내년 빗나갈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폴슨은 “2009년 이후 이어진 강세장은 말 그대로 공포의 벽을 타고 오르는 양상이었다”며 “하지만 상승 촉매제가 이미 힘을 다했고, 상승장 역시 종료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고용 지표가 강한 회복을 보이고 있고, 내년 성장 역시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상태라는 진단이다.
뮤추얼 펀드 허스만 펀드의 창업자인 존 허스만은 보다 강력한 주가 급락을 경고했다. 지난 2008년 금융시장 붕괴를 예측해 명성을 얻은 그는 내년 증시가 금융위기의 ‘데자뷰’를 연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주가 밸류에이션이 2000년 닷컴버블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상황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구체적인 조정 시기를 제시하지 않은 채 그는 신용 스프레드와 리스크에 대한 투자심리 변화, 주식시장의 내부 에너지 등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알저의 댄 청 최고경영자가 내년 뉴욕증시의 10% 이상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투자자들 사이에 내년에도 주요 지수가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지난 10월 중순과 같은 급락장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편 이날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독일과 프랑스를 필두로 유럽 주요 증시가 일제히 2% 이상 떨어졌고, 상하이 종합지수가 5% 이상 폭락한 것을 포함해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도 장중 1% 이상 내림세를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