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활동 사회적 기준 제시 vs 민주주의 다양성 훼손"
[뉴스핌=정탁윤 기자] "부디 오늘 이 결정이 우리 사회의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종식시키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희망을 국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19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결정 선고에 앞서 이같이 주문했다. 박 소장의 바람과 달리 이번 헌재 판결은 세밑 정치권의 진보-보수간, 민주주의-반(反)민주주의간 이념논쟁을 격화시킬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지 꼭 2년된 날에 나온 이번 판결은 사상 처음으로 정당의 존립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기준이 어디까지인지를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헌법 제8조는 정당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1항에서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고 선언한다. 이어 3항에서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헌재는 오늘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 결사의 자유도 '절대 불가침'의 무한의 자유가 아님을 분명히 해주었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고 북한의 폭력혁명을 추종하는 세력은 대한민국에서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 헌법정신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헌법 제8조 4항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초점을 맞춘 발언이다.
▲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이 열리고 있다. / 이형석 기자 |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보수적 목소리와 정서가 강해지면서 진보진영의 담론이 제대로 논의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일반 국민들도 본인의 발언이나 사상, 신념 등을 자유롭게 표출하지 못하고 자기검열을 하는 등 내면적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보수 vs 진보 갈등 심화 조짐…통진당 "진보정치 꿈 커져갈 것"
당장 이번 헌재 결정으로 보수와 진보, 민주주의와 반민주주의간 감정적 대립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당사자이면서 의원직을 상실한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도 향후 거센 투쟁을 예고하고 나서 연말 정치권이 또 한번 꽁꽁 얼어붙을 전망이다.
보수단체들은 이날 헌재의 선고에 대해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으며 진보단체들은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헌재 인근에서 집회와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고 뜨거운 장외공방을 벌이고 있다.
헌재가 정부의 해산심판 청구를 인용하자 바른사회시민회의와 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는 한목소리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보수단체는 "헌재 판결에 대해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표한다”며 “통진당 해산 판결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 수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이번 판결로 자유민주 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는 값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진보단체는 "과연 이번 선고가 헌법정신에 부합하느냐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다수가 소수의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반민주적 요소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선고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
그러면서 "함께 나눠지던 진보정치의 꿈은 더 커져갈 것이라 확신한다. 진보당과 저는 대한민국 미래를 믿는다. 우리 국민은 가혹한 순간을 딛고 일어나 전진할 것"이라며 향후 투쟁을 예고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