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14년 유통가는 한마디로 암울했다. 내수침체 및 세월호 여파로 소비가 줄어든 가운데 각종 규제와 원재료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꽁꽁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기업들은 생존 전략을 벌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소비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 졌다. '소셜커머스 필두로 한 모바일 쇼핑시장 증가'와 '해외직구 1조 원 시대'도 올해 유통가의 이슈였다.
[뉴스핌=이연춘 기자] 백화점, 대형마트 등 국내 유통업계는 오랜 경기 불황에 지난 4월 세월호 참사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국민적 애도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돼 내수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찾는 발길도 뚝 끊겼고 업계 전반에 걸쳐 매출 부진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풀리지 않는 영업규제 압박에 불황 여파까지 겹치며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은 2년 연속 매출이 역신장하는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 매출 역신장
소비 부진 여파로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등 주요 유통업체의 매출이 일제히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 주요 3사 매출은 올해 두 차례 이상 큰 폭으로 떨어져 전년 동기대비 역신장했다.
9월 추석 특수에 연이은 아시안게임 효과로 매출 반등을 예상했지만 특별한 이슈가 없었던 지난해보다 못한 성적이다. 기업형 슈퍼마켓은 3분기 연속 매출이 줄고 있으며 월별로도 설 명절 특수를 봤던 1월을 제외하고는 추석이 있었던 9월까지 전년대비 매출이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는 의무휴업 등 영업규제가 지속되고 신규점 출점 증가가 둔화하고 있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비리로 얼룩져…롯데홈쇼핑 비리ㆍ홈플러스 개인정보 팔아
침체된 분위기 속에 유통업계에선 비리에 몸살을 앓았다. 지난 4월 롯데홈쇼핑의 납품비리가 불거졌고 이어 8월에는 NS홈쇼핑이 '카드깡' 대출 사건에 휘말리는 등 홈쇼핑 업계의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롯데홈쇼핑은 납품업체로부터 방송 및 황금시간대 편성을 미끼로 수년간 거액의 뒷돈을 받아 온 전현직 임직원 10명과 이들에게 로비를 벌인 납품업체 관계자 등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실제 물품 거래 없이 신용카드 결제로 허위 매출을 일으키고 현금을 인출하는 이른바 '카드깡' 범행에 연루된 NS홈쇼핑 전 직원 2명도 재판에 넘겨졌다. 홈플러스는 경품조작 사건에 이어 경품행사에서 수집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의 불신을 키웠다.
▲ 해외직구 1조 원 시대, 거래국가·품목 다양화
소비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해외 직접구매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해외 직구 금액은 1조3589억원에 달해 블랙프라이데이를 거치면서 2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2012년 5410억 원이었던 해외직구 규모는 지난해 1조 950억원으로 100% 넘게 성장하며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온라인 쇼핑족 4명 중 1명이 해외직구를 경험했을 정도로 유통경로의 주요 부분으로 떠올랐다. 해외 직구의 장점은 해외 브랜드를 국내보다 더욱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 같은 아이템이라도 판촉비, 수수료 등이 추가된 국내 가격보다 많게는 60%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제품이 해외 쇼핑몰에는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온오프 융합하는 '옴니채널' 열풍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전통적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충성도가 높은 쇼루밍족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기 위한 '옴니채널' 구축에 힘을 쏟았다. 롯데그룹은 주요 유통계열사별로 옴니채널 전담팀을 구성해 롯데백화점 경우 지난 11월부터 서울 을지로 본점 1층에 롯데닷컴과 엘롯데 등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을 수령할 수 있는 '롯데 온라인 픽업서비스 전용데스크'를 운영했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과 이마트 온라인 채널을 한데 모은 SSG닷컴을 개설해 상품 검색부터 결제, 프로모션까지 그룹내 모든 유통채널을 통합했다. 지난 9월 시작한 GS25의 옴니채널 서비스는 매장에 비치된 모형상품을 보고 바코드를 찍는 것만으로 스마트폰, 대형 텔레비전, 정수기, 비데에 이르기까지 손쉽게 구입 가능하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옴니채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최근 급증한 쇼루밍족을 끌어들여 오프라인 매장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실제 롯데 픽업데스크에서는 온라인 상품 수령뿐 아니라 온라인 인기상품을 현장판매하고, GS25 경우 반대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온라인 상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다.
▲제2롯데월드' 개장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 '롯데월드몰'이 논란 속에 지난 10월 드디어 개장했다. 초고층을 제외한 연면적 42만8934㎡(12만9753평)의 롯데월드몰에는 국내 최대 명품백화점인 에비뉴엘을 비롯해 국내 최다인 420개 브랜드가 입점되는 면세점, 다양한 패션ㆍ생활용품과 다채로운 먹거리까지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쇼핑몰, 국내 최대 규모의 시네마와 아쿠아리움 그리고 롯데마트, 하이마트까지 약 1000개에 이르는 브랜드가 들어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스스로의 가치 판단에 따라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가치형 소비가 자리잡았다"며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능동적 소비자들은 가격이나 브랜드 이미지보다는 개인의 판단 기준에 적합한 제품을 찾는 합리적인 구매 패턴을 보였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내년에는 동남아 등 해외 시장 진출과 함께 백화점은 아울렛 출점 가속화에, 대형마트는 창고형 할인점 출점에 힘을 쏟는 분위기"라며 "백화점의 경우는 해외 진출을 비롯해 도심·교외형 아울렛, 복합몰 등 다양한 포맷 출점을 통해 성장 동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