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과는 관세 때문 아닌 관세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결과
'로비의 늪' 된 관세 예외… 제조업 일자리는 오히려 6만 개 ↓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관세 정책에 비판적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문을 보내 "전문가들의 비관론은 틀렸고, 미국 경제의 기적이 증명됐다"며 자화자찬에 나섰지만, 정작 WSJ는 사설을 통해 이를 정면으로 재반박하고 나섰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정치적 무기로 삼은 대가를 미국인이 고스란히 치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관세 부과를 멈춰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WSJ는 2월 5일자 사설 '트럼프의 관세는 승리하고 있는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경제 성과는 관세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관세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세제 개편과 규제 완화, 그리고 인공지능(AI) 붐이 성장을 지탱하고 있다"며 "관세 정책이 없었다면 경제는 더 좋아졌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고문에서 "외국 기업들이 관세 비용의 80%를 부담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실제 논문의 내용과는 다른 '잘못된 주장'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하버드대 연구진이 수정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 외국 기업이 부담하는 비율은 훨씬 낮고, 미국 소비자와 기업이 최대 43% 이상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독일 킬(Kiel) 세계경제연구소 역시 "관세 비용의 96%가 미국 내에서 지불된다"고 밝혔다. 신문은 "결국 미국인들이 더 높은 가격과 줄어든 선택권으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선언 당시 전격 발표했던 포괄적 관세 부과 계획에서 실제로는 다수의 예외 조치를 남발했다고 비판했다. 아이폰을 비롯해 바나나, 커피, 제트엔진, 희토류 등이 잇따라 관세 예외 품목으로 지정되면서 '늪을 메우겠다(기득권 타파)'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관세 예외를 받으려는 로비스트들이 몰려들며 '새로운 로비의 늪'을 만들었다고 직격했다.
또 외교적 신뢰 손상도 피할수 없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중국의 경우 미국산 제품에 최대 14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희토류 수출을 제한해, 미국 농가가 막대한 피해를 입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무역 평화를 서둘러 구걸하게 됐다는 것이다.
경제 지표 분석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제조업 르네상스를 일으켰다고 주장했지만, WSJ는 지난해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6만 개 이상 줄었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가 "변덕스러운 관세 환경이 미국 투자 계획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언급한 사례도 소개됐다.
주식시장 반응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자찬한 관세 효과를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위협을 철회할 때마다 주가가 오르고, 새 관세를 예고할 때마다 떨어졌다며 "관세는 시장의 패배자"라고 단언했다. WSJ는 사설을 마무리하며 "트럼프의 주요 성과는 관세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 관세에도 불구하고 가능했던 것들"이라며 "이제라도 관세를 동결하고 승리를 선언하는 것이 미국 경제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자 WSJ 기고문에서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 사례를 언급하며 자신의 관세 부과 정책을 자화자찬했다. 그는 "관세 협상으로 한국 기업들이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위해 1500억 달러를 투자한다"며 "이는 제조업과 국가 안보를 모두 강화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의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참여, 유럽연합(EU)의 미국 에너지 구매 확대 등을 언급하며 관세가 외교·안보의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