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올려도 외인 자금 이탈 가능성 적다 의견 多
[뉴스핌=정연주 기자] 내년 국내 채권시장은 미국 통화정책 등에 주목하며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전강후약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내년 중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는 미국과 국내시장의 괴리감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31일 뉴스핌이 국내 13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고채 3년물의 1분기 예상 금리는 2.12%, 4분기는 2.39%로 연말에 다가갈수록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 보험사의 채권운용역은 "지난 2013년과 2014년에 비해 좁은 박스권이 연중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의 추가 하락룸이 크지 않고 펀더멘탈상 상승 추세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 10년물 기준으로 40bp 내외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전강후약' 전망 지배적, 수급 호조 지속
국내 채권 전문가들은 대부분 내년 채권금리가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 속에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하반기에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하반기 가팔랐던 금리 하락세가 주춤한 가운데 장기 경기 부진 우려와 정책 효과를 가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한욱 교보증권 연구원은 "2015년 채권시장은 기준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상반기 중 금리는 완만한 하락 흐름을 보이다가, 국내외 경기순환적 회복 강화 사이클 속 미국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 대두, 대내외 완화적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 우려 등으로 하반기 이후 서서히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장금리에 큰 타격을 줄 정도로 가파르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보다 오히려 유럽과 일본 그리고 중국 등의 통화정책 완화기조들이 좀 더 부각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올해보다 경기가 크게 개선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며 "국내 성장률과 물가 등은 올해와 유사할 것이고 2016년까지 어려운 구간이 좀 더 지속될 전망이며, 구조적인 소비위축에 투자심리까지 얼어붙어 있어 정책에 대한 의존도는 높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하반기들어 금리 상승 압력이 우세하겠지만 2분기에 금리가 연중 고점을 경신한 이후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 1분기까지 금리인하가 단행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2015년에는 추가 금리인하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2분기부터는 채권금리의 상승압력이 우세할 것이나 내수부양의 성과가 실제로 나타나기는 아직 이르다는 점에서 기조적인 금리 상승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수급은 수요 우위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세수 부족으로 국고채 순발행 규모가 이전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으나 공사채 발행 제한이 늘어나는 국고채 발행 물량을 상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도 국내 영향 제한될 것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 지속 여부를 내년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는다. 미국 금리 인상 시기와 이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시화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실제로 외국인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은 낮게 보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 이슈가 해소돼 하반기 채권시장이 약세 조정되더라도 펀더멘탈이 아닌 수급에 의한 조정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앞선 보험사의 채권운용역은 "최근 연말장세에서도 현물 수급은 견고했고 러시아 사태나 중국 등 신흥국 위험이 불거졌으나 국내채권 자금은 빠져나가지 않고 있다"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외국인 이탈 가능성은 낮아 보이며 기본수급은 좋게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투자가 충분치 않았던 장기투자기관의 대기매수세가 풍부하고, 한국 채권이 유사한 신용위험을 가진 국가 대비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채권투자 역시 꾸준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미 크게 늘어나 있는 외국인의 선물 포지션 청산 가능성에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된다. 실업률 지표가 개선돼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지표의 질적인 개선은 미흡하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한 외국계은행의 딜러는 "미국 지표 개선의 배경에는 그간 미국이 레버리지 비율을 줄여놨기 때문이며, 실제로 최근 의미있게 부채규모를 축소한 나라는 미국 밖에 없다"며 "미국 입장에서 글로벌 시장의 충격을 의식할 필요가 있어 속도조절을 할 수밖에 없으며, 긴축을 서두른다면 주식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등 글로벌 시장에 디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무역비중에서 중국 및 유럽과의 교역규모가 확대된 반면 미국과의 교역규모는 축소되고 있는 점에도 주목했다.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빨라지느냐에 초점을 둘 필요는 있으나, 국내시장에서 그 중요성은 과거에 비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실물경기를 봤을 때 미국의 직접적인 영향은 작아질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미국보다 중국이 경기가 개선돼야 우리나라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결국 내년에도 국내시장은 미국과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채권시장 참가자와 전문가들은 유로존 및 중국의 경기 부진이 지속돼 내년에도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의 구조적 결함 개선이 아직 미흡한 상황에서 여러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경기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의 채권운용역은 "미국 금리 인상 시나리오는 꾸준히 전개된터라 큰 재료로 작용할지 모르겠다"며 "다만 대내외 펀더멘털이 여전히 강하지 않고 미국이 글로벌 경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힘이 예전보다 훨씬 약하기 때문에 미국 경기가 호전된다고 해서 금리가 상승할 수 있는 여건이 쉽게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