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 '업계 기대감 반영'
[뉴스핌=김양섭 백현지 기자] 제3대 금융투자협회장으로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당선됐다.
금융투자협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기자실에서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다. / 김학선 기자 |
20일 금투협은 서울 여의도 불스홀에서 개최된 임시총회에서 황 전 회장이 50.69%의 득표율로 제3대 회장에 선출됐다고 밝혔다.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과 최방길 전 신한BNPP사장의 득표율은 각각 39.42%, 8.37%에 머물렀다. 당초 1차 투표에서 황 신임 회장과 김 전 사장이 박빙의 승부를 보여 2차 투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이날 1차투표에서 황 신임 회장이 전체 절반을 넘는 득표를 확보하면서 2차 투표까지 가지 않았다.
◆ 금투업계, 힘있는 회장 선택했다… "대외협상력 높여라"
황 신임 회장이 후보로 나서자 "거물이 왔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날 그가 당선된 것은 업계가 그들의 이익을 대변할 협회의 수장으로 대외적인 '파워'를 갖춘 인물을 선택한 것이다. 그가 강조한 것도 '힘'이다. 그는 협회의 비전으로 '힘있는 협회, 섬기는 협회'를 제시했다.
그는 이날 당선된 뒤 기자들과 만나 "164개 회사를 일일이 만나면서 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타파하려면 대외 협상력이 좋은 사람을 뽑는게 맞다라고 생각했다"면서 "많은 사람과 유대관계를 맺으며 정책적 과제를 맡았고, 정부, 국회, 언론을 상대로 금융투자업계 발전을 위해 호소하고 정책을 제안했던게 표심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회장을 거친 탓에 일각에선 '금융권 색깔이 더 짙은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금융투자업계의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인지도'와 '인적 네트워크' 측면에서 황 신임 회장이 다른 후보들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가 바라는 것도 결국 국회, 정부, 여론 등에 대한 대외협상력이다.
익명을 요구한 A 자산운용사 대표는 "입법 등의 실질적인 측면에서 힘이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B증권사 고객상품센터의 임원은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금융 소비자 보호도 좋지만 규제가 과한 것 같다"면서 "펀드나 랩 등의 상품을 만들때 규제 때문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및 정부측과의 조율을 통해 규제 완화를 추진해달라는 요구다.
이날 투표 현장에 참여했던 C운용사 대표는 "(황 후보는)힘있는 협회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데다 세 후보중 가장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후보였다"며 "협회장이라는 자리가 업계의 현안을 정부와 논의할 일이 많은데 이런 업계의 의견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D증권사 관계자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황 신임 회장은 서울고, 서울대를 거쳐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하면서 '삼성맨'으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다. 삼성에선 이건희 회장의 신임을 받아 이 회장의 대외행사에서 통역을 도맡다시피 했다.
삼성에서 삼성투자신탁운용 사장, 삼성증권 사장 등을 거치면서 금융투자업계 이력을 갖췄다. 이후 삼성에서 나와 우리은행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다. 바이오업체인 차바이오그룹의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금투협에서도 2013년 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직전까지 공익이사 타이틀을 보유했다.
업무 스타일은 세세한 사항까지 직접 챙기는 꼼꼼한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박학다식'이라는 수식어도 빠지지 않는다. '경쟁'을 좋아하고 '성과주의'를 우선시한다. 또 승부사 기질이 있어 예상치 못한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한편, 황 신임 회장은 다음달 4일 제3대 금투협 회장으로 정식 취임해 3년 임기를 시작한다.
▲황영기 신임 회장 프로필
1952년 경상북도 영덕 출생
학력
1971년 서울고졸
1975년 서울대 상과대학 무역학과졸
1981년 영국 런던정경대 경영학과졸
주요 경력
1975~1980년 삼성물산 국제금융 근무
1981~1982년 파리바은행 차장
1990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국제금융팀장
1993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인사팀장 이사
1994년 삼성전자 자금팀장 이사
1997년 삼성생명보험 전략기획실장 전무이사
1997~2003년 한미은행 비상임이사
1998~2000년 금융발전심의회 국제금융분과 위원
1999년 삼성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부사장
2001년 삼성투자신탁운용 사장
2001~2004년 삼성증권(주) 대표이사 사장
2004~2007년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
2007~2008년 법무법인 세종 고문
2008~2009년 KB금융지주 회장
2010~2012년 차병원그룹 총괄부회장
[뉴스핌 Newspim] 김양섭 백현지 기자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