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공백'에 투자 차질..고용 계획도 못내놔
[뉴스핌=이연춘 기자] 오너인 이재현 회장의 부재가 3년째 이어지면서 CJ그룹 경영시계가 멈췄다.
타 그룹과 달리 연간 투자·고용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기존 투자계획의 집행률도 현저히 떨어지는 등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차질이 심각하다.
CJ그룹 관계자는 21일 "새해 투자·고용 계획과 실천 방안은 보통 연말에 확정돼 매해 1월 15일 무렵 내부적으로 공유돼 왔지만, 올해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임원인사도 무작정 미뤄지고 있다. CJ그룹은 지난 2013년 12월 임원 인사를 한 이후 아직까지 인사가 없다. 정기 승진 인사가 없었던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CJ그룹의 경영이 안갯속에 빠진 것은 최종 결정권자인 이 회장의 공석 때문이다. 그룹 총수인 이 회장 부재로 중요한 의사 결정이 지연되며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지지부진한 상태로 마무리 됐다
이는 인수ㆍ합병(M&A) 등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이 회장 구속 이후 CJ제일제당, 대한통운, CJ오쇼핑 등 주요 계열사의 굵직한 M&A 건은 대부분 보류되거나 중단된 상태다. 대한통운 물류허브 구축 사업비 3000억원 가운데 지난해 몫으로 책정됐던 2000억원이 쓰이지 못했고, 1000억원 규모의 CGV 국내외 신규사이트 투자도 무산됐다. CJ오쇼핑의 물류복합센터 건립 등도 보류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CJ그룹은 연초 2조4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으나, 실제로 집행된 것은 80%에 불과한 1조9000억원 뿐이었다. 경영 공백이 시작된 2013년에도 당초 계획 3조2400억원의 80% 수준인 2조5600억원만 집행됐다.
이 회장 구속 이후 CJ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전략기획책임자로 구성된 전략기획협의체와 손경식 회장·이미경 부회장 등이 참가하는 그룹 경영위원회 등을 설치해 경영 공백을 메워왔다.
하지만 최근 이 부회장 역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대행 체제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회장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수감됐다.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이 회장은 현재 건강 악화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며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CJ측은 대법원 선고가 2월말이나 3월초에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해외 시장 개척이나 대규모 M&A 등에 대한 의사 결정은 이재현 회장만 할 수 있다"며 "회장이 작년 7월 구속된 이후 우려했던 경영 공백 후유증은 올해 들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