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직접 영향 적겠지만 금리인하 압력 커질 듯
[뉴스핌=우동환 기자] 지난해 일본은행(BOJ)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추가로 양적완화(QE) 카드를 내놓는 등 저물가와 저성장 국면을 탈피하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이 빨라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스탠스가 언제까지 유지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단 환율 측면에서는 ECB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공격적으로 돈을 풀겠다는 입장을 확인시켜준 만큼, 정책공조 측면에서 한은의 금리 인하 압력이 다소 올라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다만 환율 방어 측면에서는 최근 엔화와 연동되는 달러/원 환율의 특성상 금리 정책 기조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23일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ECB 조치가 시장 예상을 벗어났을 때에는 충격이 있겠지만, 이번 조치는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며 "이미 시장에도 (ECB 조치가) 선반영 돼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조그마한 뉴스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환율 등 가격변수가 커질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우리나라는 대외 충격흡수 능력이 높은 편이라 아직 별문제가 없었으나 변동성 여하에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의 말대로 전날 ECB의 QE 카드는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했던 이벤트다. 하지만 자산매입 규모를 시장의 전망을 웃도는 600억유로로 설정하면서 예상보다 강한 시장 반응을 이끌어냈다.
실제로 전날 ECB의 정책 발표 후 유로/달러는 1.133달러까지 하락하며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ECB가 물가상승률 2%로 묶는 중기 목표를 기준으로 이번 QE 조치가 끝나는 내년 9월 이후에도 이에 못 미치는 인플레율이 나타나면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겠다고 밝혀 추가 완화 여지도 남겨뒀다.
ECB의 이런 공격적인 행보에 앞서 스위스와 덴마크, 인도 등도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경기부양과 환율 방어 등을 이유로 각국 중앙은행이 잇달아 정책 카드를 속속 내놓으면서 환율 전쟁도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금리정책에 있어 아직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은은 일단 지난 10월에 단행한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 하향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차단하는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4% 성장하는데 그쳐 9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세수 부족에 따른 정부의 건설 투자 감소와 지난해 윤달 효과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둔화되는 등 일시적인 요인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시장에서는 전날 ECB의 정책 결정이 한은의 이런 정책 스탠스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각국이 돈을 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한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력은 점차 늘어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과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금융완화에 대한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도 "ECB 정책 결정이 한은의 금리 정책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적어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ECB 결정으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환율 방어 측면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는 데, 최근 환율은 달러/엔에 연동돼 있다"며 "당국이 엔화 환율을 더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한은의 시각은 상당히 보수적으로 볼 수 있다"며 "올해 1분기에 1%내외의 성장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의 한 채권운용역은 "ECB가 아니더라도 금리 인하가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ECB 발표 후 유로화 가치가 11년래 최저치로 하락한 점과 추가 완화 가능성까지 거론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정책으로 평가되는 만큼, 우리나라에도 인하 압력은 다소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7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