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및 금투협, 제도 개선 검토 중
[뉴스핌=고종민 기자] 외국계 증권사가 지난해 전체 발간 기업 리포트 중 14% 가량을 '매도' 의견으로 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증권사에 비하면 비중 면에선 233배, 실제 보고서 수 차이만으로도 60배 가량 많은 것이다.
특히 미미한 국내 증권사 매도 리포트조차 전체 중 80%가 한 곳에서 나오는 등 상황이 심각한데,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는 이 같은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월~11월 외국계 증권사 19곳에서 발간한 리포트 6420건 중 '매도' 의견을 낸 리포트는 전체의 13.97% 가량인 897건이었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비중은 2011년에는 7.92%(512건)를 차지했으며, 2012년과 2013년는 각각 10.68%(691건), 13.10%(802건)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 증권사 36곳이 2만1504건의 리포트를 발간했고 이 중 매도 리포트는 15건(0.06%)에 불과했다.
2011년에는 2만782건 중 7건으로 0.03%를 기록한 데 이어 2012년과 2013년에도 각각 0.02%(5건) 0.07%(18건)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을'의 입장에 있는 국내 증권사 입장에선 매도 리포트를 내보내기 꺼려하는 것이 이 같은 상황을 낳았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가 거래하고 있는 자산운용사에서 보유한 종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면, 운용사가 거래 증권사를 바로 옮겨버리기도 한다"며 "리포트 대상 기업이 매도 의견을 낸 연구원의 출입을 금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주요 고객인 상장사에 대해서도 비판적·객관적인 발언을 하기 어려운 상황인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이른바 '갑을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도 운용사와의 관계에서 을의 입장인 점은 다르지 않다. 다만 운용·리서치·영업 등 사업부 간 독립성이 국내 증권사보다 철저하다는 것이 관행이자 문화로 정착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3월부터 '매도' 의견 리포트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한화투자증권이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화는 지난해 매도 리포트 12건을 제시했다. 작년 국내 증권사 매도 리포트 전체의 80% 가량이 한화투자증권에서 나온 셈이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주식시장 발전방안 중 하나로 애널리스트 투자의견 비율 공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객관성을 높인 투자 리포트 발간을 활성화하기 위함ㅇ다.
또 금융투자협회는 매도 리포트 발간 관련 규정 개정을 위해 해외 사례 조사 및 각 증권사의 의견 수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