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올스톱…투자·고용 위축 현실화
[뉴스핌=이연춘 기자] 총수 부재 3년째를 맞은 CJ그룹의 싱가포르 물류기업 APL로지스틱스 인수가 무산됐다. 지난해 말 인수적격 후보로 선정됐던 CJ대한통운은 APL로지스틱스 인수 실패로 '2020년까지 글로벌 5대 물류기업 성장'이라는 비전 달성에 제동이 걸렸다.
23일 CJ그룹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 13일 마감된 APL로지스틱스 본입찰에서 일본 물류기업인 KWE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대규모 투자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지닌 총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그룹 내 각 계열사 투자계획도 방향성을 잃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재현 그룹 회장이 2013년 검찰에 구속된 후 장기간 경영 공백 상태가 이어지면서 그룹 전반적인 올해 투자·고용 등 밑그림마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올해 1분기의 절반을 넘어서며 CJ그룹이 올해 투자계획 발표가 아예 어려운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 이 회장 구속 후 그룹은 투자나 다른 기업 인수·합병 실적이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다.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오쇼핑 등 주요 계열사의 굵직한 M&A 건은 대부분 보류되거나 중단된 상태다.
2012년 2조9000억원이었던 CJ그룹 실제 투자액은 2013년 2조5600억원에 이어 지난해 1조9000억원으로 떨어졌다. 당초 지난해 투자계획은 2조4000억원이었지만, 이 가운데 20%를 집행하지 못하면서 2011년 1조7000억원 이후 3년 만에 다시 1조원대 투자로 줄었다. 2013년에도 애초 투자계획 규모인 3조2000억원 중 20%를 이행하지 못했다.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한때 활발하게 추진했던 생물자원사업 부문 베트남·중국 업체 인수를 사실상 중단했다. 식자재 공급업체인 CJ프레시웨이도 중국·베트남 진출 계획을 보류한 상태다.
대한통운 물류허브 구축 사업비 3000억원 가운데 지난해 몫으로 책정됐던 2000억원이 쓰이지 못했고, 1000억원 규모의 CGV 국내외 신규사이트 투자도 무산됐다. CJ오쇼핑의 물류복합센터 건립 등도 보류됐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시무식에서 총수 부재 장기화에 대해 염려를 표명한 뒤 "임직원의 주도적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올해 투자·고용 계획과 실천 방안은 보통 연말에 확정돼 매해 1월께 내부적으로 공유돼 왔지만, 올해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 "단기적으로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해외 시장 개척이나 대규모 M&A 등 이재현 회장이 구속 이후 우려했던 경영 공백 후유증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원인사도 무작정 미뤄지고 있다. CJ그룹은 지난 2013년 12월 임원 인사를 한 이후 아직까지 인사가 없다. 정기 승진 인사가 없었던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한편 이 회장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수감됐다.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이 회장은 현재 건강 악화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며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CJ측은 대법원 선고가 2월 말이나 3월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