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도래하는 타 원전의 시험대…野 "정치적 결정" 비판
[뉴스핌=함지현 기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30년의 설계수명이 끝나 운행을 멈췄던 중수로 원자력발전소인 월성 1호기의 재가동을 결정한 가운데 그 이유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원안위는 27일 14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을 결정했다. 총 위원은 9명이었지만 계속 운전에 반발한 김익중·김혜정 위원이 퇴장, 남은 인원 7인 전원 찬성으로 계속운전이 가결됐다.
일각에서는 원전의 안전성이 검증됐으니 경제적 측면 등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여전히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위원회 합의가 아닌 일부 위원들의 표결만으로 결정을 강행한 것은 정치적 결정이라는 불만도 제기된다.
◆ 한수원 "경제적 이득·환경 친화적…수명 도래 원전에도 영향"
한국수력원자력측은 그동안 안전성을 높여온 만큼 이제는 경제적 이득과 환경 친화적인 측면 등을 고려해 재가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이날 서울 한수원 대회의실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월성1호기는 핵심설비 교체, 이동형발전차 마련 등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며 "스트레스 테스트 이행 계획을 별도 수립하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해 오는 4월 재가동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측은 월성 1호기를 재가동하면 계속운전을 하지 않을 때 보다 1395억~3909억원 가량 이득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우라늄 1kg만으로 석유 9000드럼이나 석탄 3000톤에서 얻게되는 에너지와 동일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경제적인데다 이산화탄소 발생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감하는 환경적 효과도 있다고 보고있다.
<그림=한국수력원자력> |
이런 상황을 전제로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계속 운전 비용은 신규 원전 건설비용의 약 20%정도만 차지하기 때문에 계속 운전이 효율적이라는 게 한수원측의 설명이다.
이번 연장결정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고리 1호기 등 앞으로 운영허가 만료일을 앞두고 있는 원전의 계속 운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향후 15년간 연장을 승인해야 할 원전은 10개다. 우선 고리 1호기는 지난 2007년 계속운전 승인을 받은 후 오는 2017년 1차 연장 종료를 앞두고 있다. 또 고리 2호기의 운영허가 만료일은 2023년 8월, 고리 3호기는 2024년 9월, 고리 4호기 2025년 8월, 한빛 1호기 2025년 12월, 한빛 2호기 2026년 9월, 한울 1호기 2027년 12월, 한울 2호기 2028년 12월, 월성 2호기 2026년 11월, 월성 3호기 2027년 12월, 월성 4호기 2029년 2월 등이다.
특히 같은 노형인 중수로 원전 월성 2,3,4호기는 향후 연장 심사시 직접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고리 1호기는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폐로를 시사한 바 있어 연장신청 기한인 오는 6월까지 끊임없는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측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수명 연장을 해야 할 원전에 영향을 미칠텐데 경제성도 중요하지만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계속 운전하는게 맞다"며 "40일간의 정기검사를 받고 지역주민들과 상생방안을 마련해 재가동에 들어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나빠지는 여론에 부담 느낀 정치적 결정"
다만 야권을 중심으로 이번 결정이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는 하지 않은채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의당 조승수 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절차상의 문제와 무자격 위원 문제 등 논란이 증폭되는 상황이 부담이 됐을것"이라며 "결정이 연기되면서 더이상 결정이 미뤄지면 여론이 점점 나빠질 것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 공동위원장은 "올 6월까지 고리 1호기의 연장가동 신청 절차가 남아있어서 가능한 빨리 이것을 매듭 짓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려는 의도도 있어보인다"며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치적 결정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월성 1호기는 지난 2012년 11월 설계수명 30년이 끝남에 따라 가동이 중단됐지만 법적절차에 따라 그보다 3년 전인 2009년 계속운전을 신청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논쟁이 벌어져 왔으며 특히 최근 무산된 2회의 원안위 전체회의를 거치며 비관적 여론이 점차 높아지는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표결에 참여한 조성경 위원은 2010년 12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한국수력원자력의 신규원전 부지선정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 원안위원으로서 부적격자라는 논란이 불거졌었다.
야권은 이번 결정을 무효화 하기 위한 행정 소송과 이은철 위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주민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을 문제삼겠다는 것이다. 다만 계속 운전을 찬성한 측에서는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신청한 시기가 법 개정 이전이라 주민 수용성 강화 규정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번 결정은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의 대상"이라며 "야당은 이런 위법성 앞에 힘을 합쳐서 위원장에 대한 탄핵절차와 (결정을 무효화 하기 위한) 효력정지가처분 절차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