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美실리콘밸리 기업 방문…국내서는 '삼성 헬스케어' 등록
[뉴스핌=김선엽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다음 타겟은 어디일까.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레 다음 대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인수 합병 시장에서의 행보를 살펴보면, 한물간 레드오션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보다는 새로운 비즈니스 솔루션을 발굴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최근의 M&A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이재용 부회장의 시선이 사물인터넷을 향하고 있어 반도체 센서 기업들이 그의 ‘위시리스트’에 올라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권오현 DS부문 대표이사(부회장),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전동수 삼성SDS 사장(전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등을 대거 대동하고 미국 새너제이로 떠났다.
이번 출장은 명목상 비즈니스 카운슬 회의 참석을 위해서다. 비즈니스 카운슬 회의는 기업인들이 정부의 경제정책을 자문하는 것이 목적으로, 1년에 3회 열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사물인터넷 분야에 '꽂힌' 만큼 실리콘밸리의 관련 기업들을 방문해 직접 현황을 살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눈독을 들이는 업체로는 아트멜(Atmel Corp)과 프리스케일(Fresscale Semiconductor Ltd.) 등이 주로 거론됐다.
프리스케일은 미국 모토롤라로부터 분할된 자동차용 반도체 회사로 차량용 칩셋과 각종센서, 기지국용 프로세서 등에 강점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사물인터넷 기반의 자율주행·전기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프리스케일은 삼성이 아닌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업체 NXP 품에 안겼다. 인수금액은 부채를 포함해 167억달러(약 18조3900억원)다.
캘리포니아주 세너제이시에 본사를 둔 아트멜은 사물인터넷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칩제조업체 중 하나로 시가 총액은 35억달러 수준이다.
최근 보안성을 키운 신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을 출시했다. 이 MCU는 칩 자체에서부터 보안을 강화한 제품으로 사물인터넷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프리스케일과 마찬가지로 최근 전장 등 자동차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세계 2위의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가 자동차 센서 사업에 뛰어든다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홈과 함께 사물인터넷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실히 쥘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삼성이 아트멜을 사들인다면 구글이나 애플과 마찬가지로 삼성 역시 자동차 쪽을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헬스케어 사업자들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지난해만 해도 삼성전자가 바이오 쪽에서 손을 떼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이에 삼성전자의 의료기기 사업부를 떼어 내 삼성메디슨에 흡수합병시킨다는 루머가 힘을 얻었다. 하지만 지난주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공식적으로 합병설을 부인했다.
의료기기 사업에서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향후 헬스케어 사업이 사물인터넷 분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지난 1997년 의료기기업체 메디슨에서 분사했다.또 삼성전자는 지난 1월 29일 '삼성 헬스케어'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 영상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인 인피니트와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기술이 합쳐진다면 시너지가 나오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다만, 2011년 삼성전자가 인수한 메디슨이 눈에띄는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작년 5월 이후 8개 해외 기업을 사들이며 인수합병(M&A)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종전에 비해 확연히 빨라진 행보다.
올해 들어서만도 벌써 3개 업체를 사들였다. 1월에는 브라질 최대 프린트 서비스업체 '심프레스'를 사들였고 2월에는 루프페이를 전격 인수해 갤럭시S6에 바로 관련 기술을 적용했다.
이달 4일에는 미국의 LED(발광다이오드) 상업용 디스플레이(디지털 사이니지) 전문업체 '예스코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