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방콕|양진영 기자] "1위요? 후보에 올려주신 것만도 감사해요."
꼭 5년 만이었다. 2인조 동방신기와 JYJ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뒤 한쪽을 TV에서 볼 수 없게 된 이후로 JYJ 김준수가 솔로곡으로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1위 후보에 올랐다. 아주 오랜만에 얻은 쾌거다.
김준수는 지난 12일 KBS2 '뮤직뱅크'와 MBC '음악중심' 1위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방송 활동을 하지 않은 채로 거둔 의미있는 수확이다.
그는 21일 태국 방콕 르부아 호텔에서 '2013 XIA 3rd Asia Tour Concert in Bangcok 'FLOWER' 개최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세 번째로 방콕 솔로 공연을 하게 된 소감과 한국에서 솔로 활동의 성과에 관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동등한 조건으로 노래하고 그 결과를 판단받고 싶다"고 소박한 바람을 말했다.
◆ 위기가 가져온 발전과 진화, 공연 맞춤형 뮤지션
김준수는 지난 3일 발표한 정규 앨범 'FLOWER'에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음악을 실었다. 일부에선 마치 컴필레이션 앨범 같다거나, 일관성이 없다는 식의 평가도 나왔다. 김준수는 이에 관해 방송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따른 판단임을 고백했다.
스스로도 "나쁘게 보면 두서없다고 느끼실 수도 있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김준수는 역시 앨범 수록곡의 다양성에 관해 콘서트를 고려하기도 하고, 여러 나라에서 공감대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는 어찌 보면 방송 쪽의 장벽이 공연을 위한 그의 음악을 풍성하게 한 셈이다.
김준수는 "항상 방송이 아니라 콘서트를 생각해서 앨범을 만들기 때문에 2-3시간의 공연을 지루하지 않게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앨범에 여러가지 장르를 담고자 하고 그 안에서도 저를 저답게 표현할 수 있도록 고려한다"고 말했다. 기획과 제작 단계에서부터 최우선적으로 공연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이젠 말 그대로 공연에 최적화된 음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비록 TV로 만날 수 없어도 김준수가 쌓아온 공연의 노하우는 계속해서 쌓인다는 점도 최고의 강점이 됐다. 그는 21일 태국 방콕 공연에서 "태국 뿐만 아니라 매번 활동할 때마다 느끼는 건, 항상 경험과 스토리가 생긴다. 토크나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여유는 물론이고 어디든 여러 번 가다보면 팬들과 저만 소통할 수 있는 자연스런 스토리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는 JYJ로서, 솔로 김준수로서 아시아 투어를 계속해서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경험과 자산임에 틀림 없다.
특별히 김준수는 이번 솔로 아시아 투어에서 정규 3집 신곡을 대거 선보였다. 보통 가수들이 신곡 한두곡을 끼워 콘서트를 열고, 팬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히트곡들 위주의 무대를 꾸미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에 관해서도 김준수는 '공연형 뮤지션'다운 소신을 드러내며 취재진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방송에 노출을 해서 제 곡들을 선보일 수 없으니 공연을 하게 됐지만, 방송을 안한다고 해서 싱글이나 한두곡 내고, 공연에서 기존의 곡들만 계속 보여드리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해요. 티켓값을 지불하고 오시는 분들에게 배신 아닌 배신을 하고 싶지 않았죠. 그렇게 해야 할 공연이라면 하지 않을 거예요. 사실 그렇게 하면 수지타산적으로는 나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죄송스럽고 하고 싶지 않아요. 팬들이 저의 공연을 보러 와주실 때 새로운 곡들을 완벽하게 새로운 포맷으로 보여드리는 게 최대한의 예의죠." (김준수)
◆ 김준수의 '꽃', 아직도 만개할 날을 기다린다
숱한 어려움 속에도 김준수의 꽃은 피어나고 있다. 앨범 판매량과 음원 차트 순위만으로, 방송 출연 없이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1위 후보로 올랐고, 가온 앨범 차트 정상도 차지했다. 그가 타이틀곡 '꽃'에 담은 메시지를 곱씹어보면, 이제는 솔로는 물론이고 JYJ로도 활짝 만개할 때가 머지 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다.
김준수는 MBC '쇼! 음악중심' 2위까지 기록한 성적을 두고 "기사로 얘길 들었다. 그 와중에 후보에 올려 주셨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기분이 좋았다. 사실 감정적으로 복잡하긴 하다. 하지만 그저 4집, 5집까지 낼 수 있겠다고 편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김준수는 여전히 작은 바람을 드러내며 대중에게 인정받고 싶은 포부도 밝혔다. 그는 "저를 더 특별하게 대우해 달라는 건 아니다. 다만 항상 동등한 조건에서 노래를 선보이고 거기에 맞는 결과를 보고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하며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쩌면 김준수의 꽃은 이미 만개했다. 방송이 아닌 콘서트로, 음반 판매량으로, 꾸준한 팬들의 사랑으로 꾸준히 증명되고 있다. 타이틀곡 '꽃'에 그가 담았다는 메시지는 다름 아닌 기다림이다. 스스로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는 많은 이들을 위한 노래인 만큼, 그는 이번 앨범 'FLOWER'로 활짝 피어남에 또 한 발짝 크게 다가갔다.
"'꽃'의 가사엔 저를 빗댄 이야기도 있고, 다른 이들을 생각하고 담은 말도 있어요. 여러 시각으로 보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얘기죠. 꽃이 이미지가 산뜻하고 온화하고 고귀하고 아름답지만 항상 만개한 상태는 아니잖아요. 피려고 노력하는 꽃일 수도 있고 피고 싶었는데 꺾인 꽃일 수도 있죠. 그런 꽃들도 언제나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예요. 그건 아마 저일 수도, 항상 노력하는 청소년들이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만개할 기회를 항상 기다리고 준비해야겠죠." (김준수)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