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환보유액도 1995년 이후 첫 감소
[뉴스핌=김민정 기자] 경기 둔화를 겪고 있는 신흥국의 자본유출이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흥국으로부터 유출된 자본은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각) ING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해 하반기 15개 신흥국의 자본유출 규모가 금융위기가 진행되던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ING에 따르면 지난해 15개 신흥국에서 유출된 자본은 3924억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중에도 신흥국의 자금유출이 지속된 것을 감안하면 2008~2009년 3분기 동안 5459억달러가 유출됐던 것과 맞먹을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루블화<출처=블룸버그통신> |
신흥국의 자본 유출의 주요 원인은 신흥국 경기 둔화가 미국의 경기 회복을 기반으로 한 금리 인상 예고와 이에 따른 미 달러화 강세 및 신흥국 통화 약세가 맞물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일부 신흥국의 경우 지난해 중순부터 진행된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국내총생산(GDP)에 큰 타격을 입었다.
마르텐-얀 바쿰 ING투자운용 신흥국 선임 스트래티지스트는 “일부 국가들은 정말로 취약해 보인다”며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과 러시아, 콜럼비아, 말레이시아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고 태국과 중국, 터키도 위험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신흥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러시아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브라질과 중국 경제도 둔화되면서 올해 신흥국 성장률이 지난해 4.5%에서 4.0%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 신흥국 외환보유액 1995년 이후 첫 감소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이 전년대비 1145억달러 줄어든 7조7400억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IMF가 집계를 시작한 1995년 이후 첫 감소로 기록됐다.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2분기 8조600억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ING에 따르면 올해 1~2월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은 2997억달러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바쿰 스트래티지스트는 “올해 1분기에도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은 감소할 것”이라며 “이것은 굉장한 변화”라고 말했다.
FT가 10명의 신흥국 전문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명이 신흥국 외환보유액이 최대치를 지나쳤으며 향후 몇 달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