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들 반대할 것…동부 계열사에 리스크 가져와"
[뉴스핌=윤지혜 기자] 동부팜한농 인수 협상에서 김준기(사진) 동부그룹 회장에게 향후 경영권을 돌려주는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이같은 조건이 협상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동부그룹 채권단은 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기 때문이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본계 PEF(사모투자펀드) 오릭스가 동부팜한농 인수 협상에서 김 회장에게 매각가를 낮추는 대신 경영권을 되찾을 권리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향후 김 회장 측이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일종의 콜옵션 조건을 내건 것이다.
하지만 KDB산업은행 등 동부그룹 채권단을 비롯한 IB업계는 이 같은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오릭스와 동부그룹간 딜에 대해 우리가 개입할 권리는 없다"면서도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동부팜한농까지 타격을 받을까 우려해 계열분리를 신청한 것인데 다시 경영권을 가져오는 것은 결국 동부 계열사에 리스크를 다시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분리 심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때문에 동부그룹이 다시 경영권을 되찾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동부팜한농의 최대주주인 재무적투자자(FI)들이 반대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동부팜한농 지분은 스틱인베스트먼트, 큐캐피탈파트너스, 원익파트너스 등 FI들이 50.1%를 보유하고 나머지 49.9%는 동부CNI와 김준기 회장의 장남 김남호 씨 등 동부가 갖고 있다.
이들 FI는 2013년 9월 동부팜한농이 발행한 35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1750억원을 투자했고 만기 3년(2016년 9월)으로 최소 8.5%의 이자율을 보장받았다. FI 입장에선 최대한 이익을 내 매각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경영권을 완전히 포기하고싶지 않을 것이란 심정을 반영해 오릭스 측에서 그런 제안을 한 것 같다. 하지만 FI들이 용납을 하지 않을것으로 판단한다"며 "최종 결정은 FI들이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릭스 관계자는 "FI들이 최대주주이긴하지만 경영권 문제는 동부그룹 측과 논의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동부익스프레스 지분을 매각할때도 향후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했었다. 하지만 결국 동부익스프레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업계에서는 1000억원 가량의 유동성 손실만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