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리스크로 신용등급 하락…FI 경영권 요구
[뉴스핌=김선엽 기자] 동부그룹이 동부팜한농에 대한 경영권을 재무적 투자자(FI)에게 이전하거나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할 전망이다.
이달 초 동부팜한농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짐에 따라 재무적 투자자가 동부측에 동부팜한농을 그룹사에서 계열 분리할 것을 요구함에 따른 조치다.
동부CNI는 23일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동부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등을 목적으로 회사가 보유한 동부팜한농 지분을 포함해 지분매각과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변했다.
동부CNI는 동부그룹 전체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최근 동부팜한농의 지분 50.1%를 보유한 FI 컨소시엄이 동부CNI 측에 동부팜한농의 계열분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동부그룹은 동부팜한농 지분을 49.9%만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부팜한농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해 왔다. FI 입장에서는 동부팜한농이 동부 계열사로 묶여 있어 기업가치가 훼손됐다고 판단, 경영권을 회수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동부그룹은 동부팜한농 경영권을 FI에게 이전하거나 지분 매각을 시도할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FI가 보기에 현재 상황에서 자금 회수가 쉽지 않기 때문에 계열 분리를 요구한 것 같다"며 "계열 분리를 통해 경영권을 찾아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덧붙여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부팜한농은 비료·종자사업을 하는 농업부문 계열사로, 종자·작물보호제 부문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지난해에는 울산비료공장 등 유휴부지 일부와 자회사 동부팜가야 지분 매각계약을 체결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계획의 일부를 이행했다.
하지만 동부그룹 전체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그룹 전체의 대외신인도가 저하됨에 따라 동부팜한농의 유동성 위험이 높아졌다. 최근 동부팜한농 신용등급은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됐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팜한농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하락하자 FI 입장에서는 그룹 리스크를 떠안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다만 지분 매각 등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동부팜한농 FI들은 하나대투증권과 스틱인베스트먼트, 원익투자파트너스, 큐캐피탈파트너스 등이다.
한편, 동부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동부로봇은 동부CNI와 김준기 동부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이 보유한 자사 주식 328만7166주(37.60%) 전량을 장외매도 방식으로 중국계 리드드래곤 컨소시엄에 매각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양사는 지난달 24일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매각 금액은 11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