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이행 명목
[뉴스핌=정연주 기자] 삼성SDS가 16년만에 회사채를 발행한다. 그런데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발행이라는 후문이다.
삼성SDS는 이달 1000만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를 사모형식으로 발행한다고 7일 밝혔다. 삼성SDS가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다만 이번 발행은 통상적인 자금 조달 목적이 아니다.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이행하기 위한 명목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발행규모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자금조달 목적이 아니라 '하도급 공사 대금 지급보증 의무'를 위한 법률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강수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규모도 작고 사모 발행이니 영향이 미미하겠지만 보기 드문 사례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하도급업체에 공사를 발주할 때 건설공제조합 등에 수수료를 내고 공사비를 보증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만 회사채 신용등급이 A0 이상인 경우에는 보증 의무가 면제된다.
오랜 기간 채권을 발행한 적이 없는 삼성SDS는 회사채 신용등급이 없다. 때문에 이러한 의무를 면제받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한 것이다. 이번 발행 예정인 회사채 신용등급은 AA+로 평가됐다.
삼성SDS와 같은 이유에서 회사채를 발행한 경우는 종종 있어왔다. 지난해 7월 KCC건설은 1년만기 회사채 1억원 규모를 발행하면서 A0등급을 부여받고 보증 의무를 면제 받았다. 같은 달 제일기획은 1000만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를 16년만에 발행해 AA0 등급을 받았다. 삼성엔지니어링도 같은 해 11월말 11년만에 3년만기 회사채를 1000만원 규모로 발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서로 상충하는 측면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발행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이번 경우에도 발행 규모가 작아 시장에 별다른 영향은 없더라도 대기업 입장에서는 현실에 맞지 않아 불필요한 규제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이 바로 정부가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손톱 밑 가시'가 아닐까 싶다"며 "건설공제조합 등지에서 공식적으로 이야기가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일반 기업이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면제 의무와 상관없이 반드시 해야 한다는 부가적 조항이 붙는다면 괜찮지만 이 법률 기준에서 보면 이렇고, 저 기준에서 보면 저렇고 식의 규제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