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용" vs "달러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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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신한은행이 2014년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 현물과 선물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른 은행들은 일제히 신한은행과 정반대 움직임으로 달러 현물은 파는 대신 선물을 매입했다. 신한은행이 미 달러 강세에 과도하게 배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반면 같은 해 경쟁 은행들은 모두 달러 현물을 내다팔고 선물을 샀다. 이에 따라 순외환 익스포저(위험노출)를 매달 줄였다.
외환 거래가 가장 많은 외환은행을 보면 지난해 1월과 12월만 현물을 각각 8억6919만달러, 6879만달러 매수했을 뿐, 나머지 10개월 동안에 모두 매도했다. 그 결과 현물과 선물포지션을 상계한 종합포지션은 2014년 1월 -9억1169만 달러를 시작해 12월에도 -4억845만달러를 유지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철저히 현물은 매도, 선물은 매입했다. 1월에 현물 8억1929만달러를 팔고 선물 12억1021만달러를 매입한 것으로 시작으로 12월까지 같은 매매 흐름을 보였다.
KB국민은행도 우리은행의 외환트레이딩 전략과 판박이었다. 현물은 1월 8억1997만달러를 시작으로 12월 6억9918만달러까지 12개월간 줄곧 매도했다. 반면 선물은 1월 7억4842만달러, 2월 14억1655만달러 매입을 시작으로 12월에도 6억5663만달러를 사들였다.
하나은행은 현물 매입포지션을 1, 2, 7, 10월 등 4개월만 구사했고 나머지 8개월은 매도포지션이었다. 선물은 1, 2, 10월 등 3개월만 매도포지션이었고 나머지 9개월은 매입포지션이었다.
싱가포르에 있는 SC글로벌리서치센터의 분석에 따라 움직이는 한국SC은행도 7월만 제외하고 현물은 팔았다. 반대로 선물포지션은 4월, 7월만 매도였고 나머지 10개월은 매입포지션이었다.
은행들의 달러 자산은 외화유동성에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금융당국의 엄격한 보유 규제를 받는다. 그러나 일부에 한해서 달러를 여유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풀어줬다. 이 자금으로 은행이 외환시장에서 현선물 거래를 하는데, 통상 FX스왑 셀(sell)/바이(buy) 전략에 따라 외화를 운용한다. 즉 달러 현물을 시장에 팔아 원화로 운용할 수 있지만, 외화자금의 만기구조를 맞추기 위해 동시에 달러 선물을 사들인다. 이렇게 하면 외환유동성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당국이 외화의 일부를 여유자금으로 인정하면서 위기상황에 대비해 선물을 매입하도록 했기 때문에 현물을 팔면 그만큼 선물을 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외환시장팀 관계자는 “은행은 외화시장 장중에 과감하게 현선물을 사기도 하지만, 손실을 우려해 장마감 시에 정리한다”면서 “1년 내내 현선물을 매입한 것은 은행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달러 강세에 베팅한 것으로 봐야하고 예상이 빗나가면 은행에 큰 손실을 입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은 달러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달러 현물 포지션에 해외법인 출자금 8억8000만달러가 포함돼 있어 달러를 산것처럼 보이고, 선물도 연말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해외투자로 많은 달러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다른 은행들도 지난해 해외투자가 많았음에도 달러 현물 계정은 순매도였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