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부진ㆍ실적악화에 신형 아반떼 등 주력 신차출시로 맞서
[뉴스핌=김기락 기자ㆍ송주오 기자] 현대·기아차가 엔화 약세 등 불리한 환율 변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해외에선 시장 사수를 위한 공격적인 판매 정책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고, 안방에선 고공행진하는 수입차에 밀려 사면초가에 처하게 됐다.
최악의 상황이 지속되는 탓에 현대·기아차 내부적으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현 위기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라”며 정공법을 지시했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신형 아반떼, 신형 K5 등 볼륨 모델을 출시하고, 환율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현지 전략 차종을 투입할 계획이다. 환율 변화로 인한 수익성 저하를 신차 출시와 해외 전략형 모델 비중을 점차 늘려나가겠다는 것이다.
◆ 실적 악화 최대 요인은 ‘환율’
현대차그룹 사옥<뉴스핌 자료사진> |
반면 일본차와 독일차는 우호적인 환율 효과를 등에 업고 경쟁력을 높여나갔다. 엔저에 따라 마케팅비용 등을 올릴 수 있는 여력이 커진 결과다. 미국 시장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차 업체는 판매 인센티브를 올려 판매량을 늘렸다.
현대·기아차가 이를 방어하기엔 출혈 경쟁이 불가피했다. 올 1분기 판매된 엘란트라(아반떼) 판매 인센티브는 대당 2900달러. 이는 지난해에 견줘 90% 증가한 것이다. 엘란트라를 포함한 현대차 전체 판매 인센티브는 약 30% 올려 수익성 하락을 불러왔다.
1분기 현대차 영업이익은 1조58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 쪼그라들었다. 이는 최근 4년래 최저치다. 같은 기간 기아차 영업이익도 5116억원에 그쳐 30.5% 주저앉게 됐다.
미국 자동차 시장 정보업체 트루카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는 인센티브를 대당 25% 늘렸으나 평균 거래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시장을 뺏겨서는 안 된다는 기조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트럭 등 제품 라인업 경쟁력 상실…대응력 ‘부족’
제품 면에서는 픽업트럭 부재 등도 현대·기아차의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 시장이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SUV)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총 200만9409대를 팔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08만3728대에 비해 3.6% 감소한 수치다. 기아차도 130만1806대에서 2.8% 줄어든 126만6522대 판매에 그쳤다.
올들어 5월까지 시장 점유율이 상승한 브랜드는 라이트 트럭(Light Truck)을 판매하는 미국 브랜드와 토요타 등이다. 단적으로, 지난달 LT 판매 미중은 54.2%로 전년 동기 대비 51.7% 급증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미국 자동차 판매는 LT 비중이 높은 업체에 유리했다”며 “국내 업체에는 다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라이트 트럭 시장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53.2%까지 치고 올라간 반면 승용 시장은 46.8%로 줄었다. 볼륨 모델이 특정 차종에 집중된 만큼, 현대·기아차가 경쟁사의 다양한 신차 공세에 대한 대응력에서 뒤쳐진 것이다. 아반떼는 현대차 미국 판매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 밥 프라드진스키(Bob Pradzinski) 부사장은 “많은 소비자들이 차 보다 (다른 브랜드의) 큰 트럭과 SUV를 찾았다”며 “이점이 우리에게 어려웠던 부분”이라고 밝혀, 트럭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대·기아차는 안방 시장도 수입차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올들어 5월까지 수입차 시장은 총 9만5557대 판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5% 성장했다. 이는 독일차 중심으로 최대 25% 할인 판매하는 등 공격적인 정책에 따른 것이다.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 성장률 0.3%에 머물렀다. 사실상 판매 감소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내주 정도면 올해 수입차 판매량이 10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 정몽구 회장 ‘정공법’으로 위기 돌파…하반기 신차 총공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제공 = 현대차그룹> |
정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현재의 대외 상황은 개별 기업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지만 우리 스스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신발끈을 조여매고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너무 위축될 필요 없으니 자신감을 갖고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 달라”고 독려했다. 위기일수록 정공법(正攻法)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부터 위기 상황을 점차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다.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졌고, 간판급 차종 출시가 예정된 만큼, 회복세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깔려있다.
현대차는 신형 아반떼, 기아차는 신형 K5를 각각 출시할 예정이다. 또 기존 출시된 쏘나타에 1.6ℓ 터보, 1.7ℓ 디젤 등을 추가 출시해 제품 다변화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 출시된 신형 투싼ix도 하반기 미국에 투입된다. 또 인도에 현지 전략형 차종인 크레타를 출시할 방침이다.
특히 내수 부진 탈출을 위해 신형 에쿠스와 신형 모하비 연내 출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들 모델이 연말께 나올 것으로도 예상하고 있다. 고급차종 출시에 따라 수익성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환율 변화에 대한 수익성 개선은 해외 생산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국 공장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 생산을 결정했다. 지금까지는 한국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생산해 중국에 수출했으나 현지 생산으로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운송비 및 관세 등을 절감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훈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최근 부진은 지역별, 세그먼트별 불리한 포지션과 제품 사이클상 볼륨모델의 노후화 등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 우려로 확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며 “주요 시장에서 판매부진은 추가적으로 악화되기보다는 꾸준한 신차투입을 통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가 좋아져 환율에 대한 내성이 강해졌다”며 “제품, 브랜드, 재무 등 측면에서 과거와 다른 펀더멘탈을 보유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ㆍ송주오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