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반대…아르헨티나 디폴트·엔론 사태 투자 경력
[뉴스핌=노종빈 기자]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사태는 한국 경제에서 재벌 개혁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외국 칼럼니스트의 비판적 주장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 아시아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사진)은 7일자 '블룸버그뷰' 칼럼을 통해 "삼성물산의 대주주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기를 든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행위는 삼성 오너 일가에게는 악몽과 같을 것"이라며 "하지만 동시에 이는 한국 경제에는 엄청난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4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과 관련해 삼성물산의 가치가 과소평가됐다면서 합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삼성물산 주가는 급등세를 나타낸 바 있다.
페섹은 "지난 4일 공시 당시 엘리엇 측의 삼성물산 보유 지분은 7.12%에 불과하지만 이번 사건은 이재용 삼성잔자 부회장에게는 최악의 타이밍이 될 수 있다"며 "합병 반대론자들은 삼성물산이 합병안에 제시된 10조5000억원보다 더 많은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페섹은 엘리엇 측이 삼성에 요구한 삼성물산 이사회 의석 배정 건에 대해서는 퇴짜를 맞을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삼성그룹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진정한 경영 의도가 노출되는 등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만46세의 젊은 이재용 부회장이 한국의 전통적 재벌그룹 후계자로서의 편협한 이미지가 적었던 편이고 나름 국제화된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부친이나 조부의 경영 전략을 답습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페섹은 "이 사장은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했고 스티브 잡스와의 영상통화를 할 정도로 비슷한 또래의 경쟁자들보다 앞서가고 있었다"며 "하지만 이 부회장이 엘리엇 측의 주장을 무시하려 한다면 자신의 아버지 세대와 비슷한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페섹은 또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이끄는 행동주의 투자가 폴 엘리엇 싱어는 쉽게 이 회장 일가에게 권리를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며 "싱어는 아르헨티나 국채 디폴트나 엔론 스캔들, 홍콩 윙항은행 사태에서 직접 나서서 투자자의 권리를 주장했던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행크 모리스 트리플에이 파트너스 자문위원이 "이번 합병의 목적은 이씨 일가의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이들은 합병대상인 삼성물산의 수익 창출 가능성을 훼손해 주가를 저해할 수 있는 책임에 대해서는 그다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페섹은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 바쁘다거나 망설인다면 싱어와 같은 시장의 주주행동주의자들에게 기회가 넘어갈 것"이라며 "싱어가 비판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라 해도 삼성 오너 일가의 지배력에 타격을 가한다면 여전히 그 나름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페섹은 그 동안 한국경제가 재벌 때문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면서 끈질지게 재벌 개혁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