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설 불거지자 구조조정 추진 차질 우려해 '봉합' 선택
서울 포스코센터 <사진제공=포스코> |
[뉴스핌=황세준 기자] 포스코그룹이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의 '항명 사태'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전병일 사장에 대한 해임을 추진하겠다는 전날 강경입장에서 한발 후퇴한 것. 권오준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중인 구조조정이 해임갈등으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로 서둘러 갈등을 봉합하는 양상이다.
포스코는 11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전병일 사장에 대해 해임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 사장이 지난달 26일 대우인터내셔날 사내게시판을 통해 포스코가 검토한 미얀마 가스전 분할매각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항명'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포스코그룹 수뇌부는 전날까지만 해도 전 사장을 해임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관련 문건을 외부에 유출시켜 전 사장의 항명을 불러온 책임을 물어 조청명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을 전격 보직 해임했다.
하지만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전 사장에 대한 책임추궁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발표했다. 대신 왜곡된 갈등설을 보도케 한 책임을 물어 홍보담당 임원을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전병일 사장이 앞으로 포스코의 경영방침에 부응해 기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는 입장도 덧붙였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는 전통적으로 수직적 위계질서를 강조해 온 포스코의 군대식 문화에 비춰보면 항명사태를 덮고 넘어간 것은 다소 의외의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계열사와의 불화설 확산을 조기에 봉합하려는 권오준 회장의 결단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 사장은 1977년 대우중공업에 입사, 2009년 대우인터내셔널 영업2부문장에 이어 2012년 3월 사장으로 승진한 정통 대우맨이다. 전 사장의 '항명'은 대우인터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지지를 바탕으로 전 사장은 해임 결의 보도가 나온 후에도 사외이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로 인해 그룹 안팎으로는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간 정면 충돌 양상이 전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 간에 대립하는 모습이 외부에 지속적으로 비춰지면 집권 2년차인 권 회장의 구조조정 리더십이 흔들릴 우려를 낳았다. 이에 권 회장 입장에선 갈등으로 인해 다른 계열사의 구조조정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 보다는 조기에 상황을 정리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내부적으로는 가뜩이나 최근 검찰 수사 등으로 인해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계열사 사장이 공개적으로 구조조정에 반발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권 회장은 비상시국임을 감안해 임원진이 사분오열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