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남미 '빨간불'…아시아는 선방 예상
16일부터 이틀간 개최되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시그널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이 8여년 만에 긴축 통화정책 주기로 접어드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신흥국은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종료 발언으로 촉발된 금융시장 혼란을 겪었다. 최근에는 신흥시장의 경제성장세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미국 금리인상이란 대형 이벤트로 긴축발작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신 전망 보고서에서 "긴축발작 경험으로 볼 때 미국이 금리인상을 실시하면 미국 장기금리가 100bp 상승하고 신흥시장으로 자본유입은 국내총생산(GDP)의 0.8%~1.8%포인트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한 내외 부정적 요인의 결합으로 인해 일부 신흥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긴축발작` 이후 신흥시장 취약성 강화 <출처=세계은행 보고서> |
16일 국제금융센터에 의하면 지난 한 주 간 신흥국 주식자금은 92억7000만달러가 빠지며 3주 만에 순유출 전환했다. 앞서 주와 비교할 때 유출 규모는 103억3500만달러까지 늘어났다. 주간 기준으로 순유출액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중국의 경우 본토 상장 펀드에서 62억달러에 해당하는 큰 폭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채권자금도 기관과 소매투자자가 모두 자금을 회수한 데 따라 7억85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장 샤를 샘버 국제금융협회(IIF) 아시아태평양 디렉터는 "달러화 강세와 고평가된 신흥국 자산 시장, 급등한 선진국 국채금리 등의 요인이 맞물리면서 신흥국의 자금 엑소더스가 시작됐다"며 "신흥국의 취약한 거시경제 여건를 고려하면 자금유출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터키·브라질 등 중동·남미 '위험' vs 아시아는 인니 제외하면 '선방'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달러화 강세에 취약한 통화를 보유한 남미와 중동을 위험군으로 지목했다. 반면 아시아는 최근 자금유출이 발생한 중국을 제외하면, 인도네시아가 위험군으로 꼽혔다.
신흥시장의 외환 익스포저 변화 <출처=세계은행 보고서> |
샘버 디렉터는 "중국에서 자금이 많이 빠졌지만 아시아 전체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유출이 심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린다 하더라도 상대적인 선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도 달러화 강세와 선진국 금리 급등, 신흥국 자산의 고평가를 고려하면, 달러 강세에 취약한 통화를 보유한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신흥국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개별 국가로는 최근 정국 불안에 통화가치가 폭락한 터키와 경기침체에 빠진 브라질,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지목했다. 아시아에서는 강달러로 달러화 표시 회사채를 보유한 기업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가 꼽혔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마리오스 마라세프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는 1990년대 외환위기와 2013년 테이퍼링 당시보다 순해외자산 규모가 늘었고 경상수지도 건전하다"며 "환율체계 역시 유연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는 데 용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 경기회복에 힘입어 한국 경제가 선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캐피탈이코노믹스는 신흥국 주식시장이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미국 경기 회복을 시사하며, 미국이란 거대한 수요가 회복되면 신흥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이들은 향후 수개월간 신흥국 주식 시장에 유입된 저가 매수세에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가 연말 1095포인트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지수는 970포인트에 머무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