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경영 승계작업, 이재용 부회장 이미지에 타격 될 수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하루 앞으로 다가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주주총회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서울특파원 사이먼 먼디 기자는 15일 'The Big Read' 칼럼을 통해 양사 합병을 둘러싼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한판 승부가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이번 합병 논란은 경영 승계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는 다소 애매한 타이임에 발생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외신기자의 관전평을 내놓았다.
칼럼에서 그는 강력한 순환출자 구조와 국내 투자자들의 수동적 태도, 대형 해외 펀드들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 등으로 인해 한국은 해외 행동주의 투자자들에게 특히 어려운 사냥터라면서, 삼성물산과 국내 언론들이 엘리엇과 같은 합병반대 해외 펀드에 대해 단기 이익을 노리는 공격이라고 비난하는 한편 합병을 통한 삼성의 경영 안정화가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식의 여론몰이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이 주요 클라이언트들과의 관계 개선 등 최근 경영 실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금융권에서는 그의 경영 능력에 대해 의구심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합병 논란과 그 결말이 삼성 후계자로서의 그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 투자은행 애널리스트가 "보통의 재벌가 자제보다는 (경영) 훈련이 잘 된 편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업적이 없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소개하기도 했다.
결국 1996년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전환사채 발행으로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장기간의 경영 승계 작업이 이재용 부회장의 명성에 최대 위협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강조했다.
한편, 삼성 차원에서도 어려운 시기에 합병 논란을 치르고 있다는 관전평이다.
먼디 특파원은 특히 국내에서 재벌의 영향력에 대한 이미지가 점차 나빠지고 있으며, 애플과 중국 저가 브랜드의 경쟁 압력 등으로 주요 스마트폰 사업부문까지 부진을 겪는 와중에 국내 기관투자자들까지도 사석에서는 엘리엇의 편을 들며 삼성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주총은 여전히 박빙의 상황이며 합병이 성사되면 삼성은 다음 조직개편 작업으로 넘어가겠지만 불발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과 삼성의 전반적인 경영 향방에 불확실성이 드리우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