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철 회장, CB 350억원 배팅...毒인가 藥인가
[뉴스핌=강필성 기자] 패션그룹 신원이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사모펀드에 발행한 35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에 우선매수청구권을 옵션으로 건 것으로 확인됐다. CB의 주식 전환 이후 박성철 신원 회장 일가 및 박 회장 일가의 개인 회사인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가 우선적으로 사들이는 권리다.
유동성의 급한 불을 끄면서 향후 박 회장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더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는 현재 신원의 보유 주식 대부분을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질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원은 지난 22일 유한회사 케이머스지를 대상으로 35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케이머스지는 사모펀드 루터어소시에잇코리아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다. 이번 CB발행은 신원의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것. 신원은 박 회장이 탈세 및 사기혐의로 구속되면서 자금 조달에 위기를 겪어왔다.
특히 신원은 다음달 29일까지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백화점 매출채권을 담보로한 자산 유동화 대출(ABL), 해외현지법인 부동산 담보대출 등 468억원의 자금조달을 추진 중이던 상황이었다.
신원 관계자는 “금융권의 부채상환 압력과 신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었지만 350억원을 조달하면서 이같은 우려를 해소했다”며 “일단 자금이 확보되자 예정된 자금조달도 수월하게 진행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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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철 신원그룹 회장. <사진제공=뉴시스> |
이 과정에 주목되는 것은 CB다. 이번에 발행한 CB 350억원은 신원의 시가총액 1105억원의 31.7%에 달하는 규모다. CB의 전환가액은 1875원으로 이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시 1866만6667주에 달하게 된다. 신원의 최대주주인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 및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식이 1954만8210주(30.84%)인 것을 고려하면 케이머스지는 단번에 신원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준의 주식을 보유하는 2대주주가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신원은 케이머스지와 CB를 발행 계약을 맺으며 우선매수청구권을 설정한 상태다. 주식 전환 이후 케이머스지의 주식을 박 회장 일가 및 박 회장 일가의 개인 회사인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가 우선적으로 사들이는 권리다. 만약 이 주식을 사들일 수 있으면 박 회장 일가의 지분은 신주발행에 따른 희석 효과를 감안해도 46.6%로 급격하게 상승한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다만 문제는 자금력이다.
신원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는 최근 세무조사에 따른 추징금 등의 이슈를 겪으며 주식담보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난 상황이다. 현재 이 회사는 신원 보유 주식의 86.5%인 1555만1579주를 금융권 및 세무서 등에 담보로 제공 중이다.
박 회장 역시 좋은 상황은 아니다. 그는 최근 세무조사에서 190억원 규모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게다가 이번 재판 과정에서 사기파산 및 탈세, 횡령 등의 혐의에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업계에서는 신원의 주가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주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케이머스지의 주식 인수 가격이 높아져 박 회장 일가에게 부담을 주게 될 가능성이 크고 주가가 전환가액인 1875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는 케이머스지가 주식전환 대신 이자를 더한 원금을 상환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이슈로 인해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최악의 경우를 피하고 싶을 것”이라며 “통상 재판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3~4년이 걸린 다는 것을 감안하면 박 회장의 재판 결과가 CB 인수 및 주가의 향방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