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E 불구 상품 가격 급락에 인플레 기대심리 꺾여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 물가연동채권(TIPS)의 투자 수요가 급감했다. 최근 국제 유가와 금값을 필두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유로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꺾인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월 600억유로 규모 자산 매입이 상품 가격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하락 압박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리[출처=블룸버그통신] |
이와 별도로 씨티그룹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최근 유로존 TIPS가 자금 순유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이후 브렌트유가 20% 이상 폭락한 것을 포함해 구리와 금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하락하자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HSBC의 다리우시 미르펜데레스키 글로벌 인플레이션 트레이딩 헤드는 “양적완화(QE)가 시장 심리와 실제 TIPS 수요에 영향을 미치지만 영속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원자재 가격 하락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 경우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인 상승을 보이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로존 19개 회원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6월 연율 기준 0.2% 상승했다. ECB는 인플레이션이 2017년 1.6%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ECB의 정책 목표인 2.0%를 밑도는 것이지만 투자가들은 이마저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국제 유가가 10% 하락할 때 4분기 후 인플레이션이 20bp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또 정책자들의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여지가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하락은 채권시장의 물가상승률 기대치를 반영하는 손익분기 인플레이션(BEI)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통상 채권의 명목 수익률과 TIPS가 나타내는 실질 수익률의 간극은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의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은 1.24%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초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ECB의 자산 매입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상승하면서 1.52%까지 올랐던 수치는 상품 가격과 동반 하락했다.
씨티그룹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연이어 동원되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ECB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