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 계좌 3분의 1 급감, 회사채 시장 '들썩'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엑소더스’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달 주가 폭락에 전체 투자자의 약 3분의 1이 발을 뺀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을 팔아 치운 투자자들이 향하는 곳은 채권시장이다. 문제는 이들이 빚을 내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의 폭락을 초래했던 부채에 의존한 자산 가격 상승이 채권시장에서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안화[출처=AP/뉴시스] |
7월 말 기준 증권 계좌를 보유한 개인 투자자 수는 510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6월 말 7500만명에서 대폭 줄어든 수치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6월 고점 대비 30% 가까이 폭락, 월간 기준으로 6년래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지난 6월12일 고점 대비 투자자들이 입은 평가손실액이 총 6조8000억위안(1조1000억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주가 하락이 일부 투자자들에게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 중국 증시 폭락 과정에는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비중 확대보다 손절매에 집중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사우스웨스턴 대학의 리 강 경제학 교수는 “중국 증시는 새로운 자금 수혈이 절박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투자자들이 지극히 보수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는 주식시장을 떠난 투자자들이 회사채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자금을 빌려 회사채에 베팅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잠재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 자금이 홍수를 이루면서 5년 만기 AA 등급 회사채의 국채 대비 수익률 프리미엄이 2010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보세라 애셋 매니지먼트의 궈 준 펀드매니저는 “하반기 회사채 시장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주식시장에서 쓴 맛을 본 투자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찾아 채권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정책자들은 이 같은 움직임을 반기는 표정이다.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회사채 발행 금리를 떨어뜨려 기업 투자를 확대하는 데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잠재 리스크를 경고하고 있다. 값싼 신용에 의존한 베팅이 지난달 주식시장의 폭락과 같은 결과를 채권시장에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탠더드 차타드의 베키 류 전략가는 “최근 채권시장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일종의 캐리 트레이드에 해당한다”며 “이는 시장 유동성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될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지만 시장 상황이 예기치 않은 변화를 나타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