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융구조 변해.. 장기저금리 지속"
[뉴스핌=김사헌 기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잭슨홀 컨퍼런스에 불참한 채 연내 금리인상 계획을 다시 들여다 본다.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의 추락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이어진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혼란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서둘러 금리인상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
서머스 교수는 아예 "앞으로 10년 정도 선진국이 초저금리 속에서 살아야 할 정도로 취약해진 상태"라며 "위기 이후 '경제적 역풍'이 사라져서 괜찮다는 식의 사고는 더이상 안 통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 "선진국, 당분간 초저금리 지속할 수밖에"
서머스는 연준의 세 가지 목표와 관련해 각각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 품목의 절반 이상이 하락 중이며, 에너지 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압력이 1% 미만인데다, 금융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10년 내에 물가가 2%를 웃돌기 힘들다는 쪽으로 형성된 점 ▲ 긴축정책으로 투자의지가 줄고 달러화 강세가 되면 가뜩이나 소득불평등에 힘들어진 고용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 ▲ 경제적 비용 면에서 불안정해진 금융시장의 일부가 위기에 빠져들면서 예측불가능하고 위험한 결과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어 서머스 교수는 "왜 많은 사람들이 금리인상을 불기피하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위기 발생 이후 경제적 '역풍'을 이겨내기 위해 저금리가 필요하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기술과 인구의 변화에 따른 근원적인 경제의 변화와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 강화 등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 분석 시각에서 본 요인들로 인해 과거에 비해 만족스러운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매우 낮은 금리 여건이 지속돼야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중 채권시장이 앞으로 10년 내에 선진국 금리가 거의 제로수준에 접근해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도 다 이런 점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서머스 교수는 "새로운 조건은 새로운 정책을 필요로 한다"며 "명시적인 연내 금리인상 약속 같은 것을 하면 위험하다"고 거듭 경고했다.
◆ 시장 컨센서스 변화 "9월 인상 어렵다"
이미 지난 19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의사록은 9월 금리인상이 기정사실이 아니며, 금리인상 시점을 지연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이 점검됐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컨센서스도 바뀌고 있다.
연준 의사록에 따르면 "정책 정상화 개시 시점 및 속도와 관련된 다수의 변수를 검토한 결과, 긴축정책으로의 전환을 위한 여건이 무르익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성숙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다수의 판단"이었다.
이 결과를 본 다수 시장 경제전문가들은 최근 높아진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의 변동성,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원자재 가격 약세 등 외부 변수와 함께 미국 고용시장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임금 상승 주도의 물가 압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 등을 고려하면 9월 금리인상은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금리선물 시장의 컨센서스도 아직 9월 금리인상 개시가 쉽지 않다는 쪽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지표에 의하면 선물시장은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45% 정도로 보고 있다. 다만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73% 정도로 높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연내 금리인상도 불확실하다는 의견을 내놓앗다.
CRT캐피탈의 데이빗 에이더는 "9월 금리인상 쪽에서 시장여건을 보자는 쪽으로 판단을 바꿨고, 12월 금리인상도 확신하지 못하며 물가 여건이 개선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의 '구루'로 통하는 더블라인캐피탈의 제프리 군드라크 창업주는 "고수익채권 가격이 4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FOMC '멤버'인 나라야나 코처라코타(Narayana Kocherlakota)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지난주 기고문을 통해 "연준의 시각으로 보면 지금 물가 수준은 긴축이 아니라 추가 완화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연내 금리인상도 불투명, 게임체인저는 중국"
전반적으로 볼 때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연준이 금리인상을 연기할 가능성이 높으며, 심지어 추가 완화정책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아직도 9월 금리인상을 강행할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컴버랜드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빗 코톡은 "금리가 왜곡된 제로 부근에 묶여 있기 때문에 중기와 장기 전망으로 완전한 물가 발견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씨티그룹 분석가들도 시장 컨센서스 변화에 저항하고 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시장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9월에 '포연'을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무엇보다 7월 FOMC 의사록에서 초저금리를 더 오래 유지해야 할 긴급한 새로운 위험을 발견하지 못했고, 또 금융안정성이 개선됐다고 평가한 것은 매우 '강경한(hawkish)' 기조의 신호"라고 지적했다.
다만 씨티그룹도 "연준의 금리인상을 중단시킬 '벙커 버스터'가 발생할 위험은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벙커 버스터'는 시스템 상 중대하고 글로벌차원에서 파괴력이 있는 게임체인저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와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의 발생을 말한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