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율인하 예정된 수순, 금리인하 다소 의외"
[뉴스핌=김성수 김사헌 기자] 중국 중앙은행이 전격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 동시 인하를 단행했다.
이는 둔화되는 경기를 부양하는 동시에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주식시장 폭락 사태가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지난 6월 이후 두 달 만에 단행된 것이다.
25일 인민은행(PBoC)은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서를 통해 26일부터 기준금리로 이용하는 1년 만기 대출금리는 0.25%포인트(p) 낮은 4.6%로 인하하고, 1년 만기 예금금리도 1.75%로 0.25%p 낮춘다고 발표했다. 또 금리 자유화의 일환으로 만기 1년 이상 예금의 금리 상한 규제도 철폐했다.
이와 함께 오는 9월6일부터는 시중은행 지급준비율도 0.5%p 낮은 18%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중국 인민은행 <출처=블룸버그통신> |
인민은행의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동시 인하 결정은 지난 6월 27일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이뤄진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11월 이래 5번째 단행된 것이며, 지급준비율 인하는 올 들어 3번째 이뤄졌다.
또 이번 결정은 지난 8월11일 위안화 평가절하 단행에 이어 중국 증시가 22%나 급락한 뒤 나온 것이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이번 주들어 이틀 연속 8% 급락하면서 심리적 저항선인 3000선이 붕괴됐다.
외국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기대했던 만큼 환영한다는 논평과 함께 다만 중국 정부의 증시 변동성 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정도로 다소 늦은 대응이라는 점에서 얼나마 효력이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류리강 ANZ은행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및 지준율 인하 폭이 모두 예상과 부합하는 수준이었다"며 "이는 시중에 약 6500억위안의 유동성 공급 효과가 있어 중국 경기 경착륙 우려를 상당 부분 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당장은 증시 부양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국 실물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데 초점이 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중국 하반기 성장률이 아주 실망스럽지만 않다면 올해 7% 경제성장률 목표치에 그럭저럭 근접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JP모간 소속 분석가들은 "대다수 투자자들 시각에서 지준율 0.5% 인하는 많이 늦은 감이 있다고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증시 폭락세가 시작된 후인) 지난 주말에 이미 부양책을 실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국내 경제 정책을 내놓는 대신 (위안화 약세 등) 환율정책에 의존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까지 했다"며 "이번 조치는 이러한 인상을 수정하는 효과를 낳았고 (위안화 약세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는 원자재 수출업체들이나 무역 상대국들을 안심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 |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중앙은행이 추가적인 절하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매우 큰 규모의 외환을 매도하는 개입을 단행했을 것이 분명하고, 이는 자동으로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게 돼 통화여건 긴축 효과를 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민은행이 지난주에 7일물 RP 조작을 통해 1500억위안의 자금을 공급한 데 이어 금융기관에게 1100억위안 규모의 6개월물 자금대출을 실시한 것도 이러한 시중자금 여건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이 자금이 만기가 매우 짧고 시중 유동성 공급 규모가 충분히 크지 않아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번에 지급준비율 인하는 단번에 6500억위안 자금을 시중에 공급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상하이 소재 화바오트러스트의 니에웬 애널리스트는 "기준금리와 지준율 인하는 증시를 부양하고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자금유출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조치가 폭락하는 증시에 완충제로 작용하겠지만 실질적인 증시부양책은 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곧 2%를 넘어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할 때 이번 예금금리 인하는 예상 외의 조치다. 마이너스 금리는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추가로 인하될 여지는 거의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컨퍼런스보드의 앤드로 폴크 이코노미스트는 "필요 이상의 과감한 조치"라면서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자초한 것으로 주가가 치솟을 때는 지켜보고만 있다가 주가가 급락하자 서투르게 대응해 조정이 필요한 증시의 대응 능력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율 방어와 유동성 투입은 서로 상반되는 조치로, 일단 지준율 인하로 위안화 절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라고 해석했다.
위안화 평가절하 단행 직후 달러/위안 변화 |
그는 지준율 인하는 시중 자금 긴축을 풀기 위해 이미 예상됐던 바여서 놀랍지 않지만, 금리 인하는 다소 놀라운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예금금리 자유화 때문에 완화정책의 효과가 상쇄됐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김사헌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