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파견 없고 M&A 별개…위험 피하고 실리 챙겨
[뉴스핌=황세준 기자]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한다. 당초 알려진 위탁경영 형태가 아닌 간접 지원 방식이다.
삼성중공업은 수출입은행과 '성동조선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경영협력 협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전일 오후 6시경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만나 협약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기본 4년, 최대 7년간 성동조선의 영업, 구매, 생산, 기술 부문을 지원한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의 인사, 노무, 재무 등 전반적인 경영관리를 맡는다.
성동조선해양의 자체적인 수주 및 건조 활동을 하고 삼성중공업이 도와주는 것. 직접적 자금지원이나 인수 등은 이번 협약 내용에서 제외됐다.
성동조선이 건조한 15만1000DWT 유연탄 수송용 벌크선 <사진=성동조선> |
삼성중공업측은 수은과의 협약 체결 사실을 발표하면서 성동조선 지원에 대해 “위탁경영이 아니다”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위탁경영은 재무, 인사, 경영관리 등 회사 전체를 관장하고 책임지는 것인 반면, 이번에 맺은 협약은 영업, 구매, 기술, 생산 부문만을 지원한다는 것.
수출입은행 고위 관계자 역시 “"계약서 정식 명칭은 경영협력협약"이라며 ”4년이 기본기간이고 3년은 양측이 합의하면 더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당초 성동조선 위탁경영 후 삼성중공업이 인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1달 넘게 고심한 끝에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중공업이 위탁경영이 아닌 간접지원 방식을 결정한 것에 대해 조선업계는 위험은 피하고 실리를 챙기려는 결정이라는 평가다.
삼성중공업은 2분기에만 1조5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고 구조조정을 앞둔 상황이라 위탁경영에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위탁경영을 하면 현재 자본잠식 상태인 성동조선 재무제표가 삼성중공업에 연결돼 재무 건전성에 타격을 준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실제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의 요청을 받아 대한조선을 위탁경영하면서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은 사례가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1년 7월, 워크아웃 중이던 대한조선의 위탁경영을 맡았다. 위탁 기간은 당초 3년을 설정했고 2013년 8월에 한번 연장해 2016년까지였다.
그러나 대한조선 경영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액 3883억원, 영업손실 564억원, 당기순손실 281억원을 기록했다. 오히려 해운계열사인 대한쉬핑의 미청산 수백억 채무부담에 발목을 잡히면서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대우조선은 대한조선 위탁경영을 법정관리 인가 직후인 지난해 10월 조기종료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대한조선 위탁경영으로 대우조선에 투입해야 할 자본과 물량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대우조선이 대한조선에 제공한 지급보증만 1000억원이 넘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 조선업황은 대우조선이 대한조선 위탁경영 하던 시절보다 더 좋지 않다”며 “삼성중공업으로서는 수출입은행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으면서 위험부담은 피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은 성동조선을 하도급업체로 활용할 계획이다. 성동조선에 외주계약을 통해 블록 등의 일감을 제공함으로써 자사 설비 운영의 유연성과 시장 대응력을 높인다.
삼성중공업은 동시에 성동조선과의 협력을 통해 중형, 대형 상선을 함께 발주하려는 선주 수요에 대한 수주 대응력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큰 항로를 운행할 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면서 작은 항로를 다닐 중형선박 발주가 같이 딸려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성동조선 야드가 이 물량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 채권단 복원에 나설 방침이다. 무역보험공사 등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곳을 채권단으로 다시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수은은 지난 6월 단독으로 3000억원을 지원해 성동조선의 유동성 위기를 넘겼지만, 이는 기존 수주 물량 건조 비용 가운데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성동조선은 삼성중공업의 경영정상화 지원을 재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는 입장이다. 성동조선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불황이긴 하지만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