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수요예측, 예상물량 넘겨..회사채 시장 부진 여파
< 이 기사는 9월 22일 오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뉴스핌=정연주 기자] SK(주) 회사채 수요예측이 기대만큼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우량등급인데다 SK C&C와의 합병 이후 첫 회사채 발행인만큼 관심이 집중됐으나, 얼어붙은 투자심리로 예상물량을 겨우 넘기는 수준에 그친 것이다.
22일 IB업계에 따르면 SK(AA+) 회사채 총 3000억원(3년물 700억원, 5년물 1500억원, 7년물 800억원) 규모의 발행을 앞두고 실시한 수요예측 결과 총 4100억원의 수요가 확인됐다.
3년물과 5년물 희망금리밴드(-16~4bp)에는 각각 900억원, 2000억원의 수요가 들어왔고, 7년물 밴드(-17~3bp)에는 1200억원 수요가 확인됐다. 발행 금리는 개별민평대비 2bp(1bp=0.01%p) 높은 수준으로 AA+등급 민평수준(1.94%)에서 확정돼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수요예측이 기대만큼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이 대다수다. 지난 6월 SK에너지 회사채 수요예측이 발행예정액 2500억원 보다 3배 넘는 7500억원이 들어온 점을 고려해봐도 크게 흥행했다고 보긴 어렵다.
당초 합병 이슈 이후 첫 회사채 발행이고 지난주 태광실업이 예상외 오버부킹에 성공하면서 SK 흥행에도 기대가 컸다. 때마침 미국 금리 인상이 미뤄진데다 우량등급의 5· 7년물도 시장에서 부족해 장기투자기관의 참여 유인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A 자산운용사 채권딜러는 "요즘 같은 때 수요를 채웠단 것에 의미부여를 해야 하지만 회사 평가를 고려하면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다만 펀더멘털 측면에서 등급 하향 가능성도 적고 영향이 지배적인 유가의 경우 하단이 더 이상 낮아지는 추세는 아니다. 회사 자체 문제보단 시장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대에 못미치는 수요는 최근 확대일로를 걷고 있는 회사채 스프레드(동일만기 국고채 대비 금리차)가 원인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과 BNK캐피탈 문제까지 연이어 터져 그나마 괜찮다고 평가받던 여전채마저도 흔들렸고, 이에 회사채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된 것이다. 카드사 개인정보 1억건 유출로 곤혹을 치뤘던 지난해 상반기보다 회사채 스프레드가 더 벌어지게 됐다.
실제 A0등급 3년물 회사채 스프레드는 103.7bp로 3년래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국고채 대비 크레딧 채권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AA-등급의 스프레드는 최근 하루에 1bp씩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38.2bp까지 도달했다. 통상 북클로징을 앞두고 회사채 수요가 줄어드는 연말쯤 볼 수 있는 수준이다.
더불어 수요예측을 앞두고 SK 회사채 매도 물량이 나온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구조조정 이슈에 데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과거 한 차례 불거졌던 SK텔레콤 물적분할 이슈가 문제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다는 전언이다.
이훈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근래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넘치고, 등급 하향 사례도 많아 투자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크다. AA+급의 우량물이 오랜만에 나왔으나 투자심리가 워낙 안좋다" 며 "이번 SK건의 경우 그룹 내 지주회사 중에서도 가장 상위에 있는 회사지만 수요예측을 앞두고 매도 물량이 꽤 나오기 시작하면서 구조조정 등 문제와 관련 투자해도 괜찮을지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회사채 스프레드가 당분간 축소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종목별 차별화도 심화될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그런만큼 대우조선해양 이슈가 어떻게 일단락되는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손은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에 기관별로 물린 물량이 상당해 어떻게 해결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연말까지 스프레드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AA- 등급 기준으로 스프레드가 50bp 수준까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